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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뇌물죄 칼날' SK 향할까 '재단 출연' 사면·면세점, 대가성 쟁점…지원 시점 연관성 떨어져

김장환 기자공개 2017-01-17 10:05:1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6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제 칼끝을 과연 어디로 돌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을 두고 숱한 의혹들이 불거져왔고, 또 집중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기업들이 삼성그룹 외에도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 다음 타깃으로 SK그룹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이 받고 있는 의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과연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특검은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풀려난 일과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절차를 갖고 여기에 SK그룹이 참여한 일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재단에 출연금을 지출한 것과 해당 절차의 '대가성'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SK그룹이 어느 시점에 재단 출연금을 지출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SK그룹은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85억 원, 이후 이듬해 2월과 4월 K스포츠재단에 43억 원 등 총 111억 원을 기금으로 출연했다. 일부에서는 최순실 측 인사들이 SK그룹이 80억 원대 자금을 더 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나왔지만, 재단 추가 출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절차가 결정된 시점, 그리고 SK그룹의 재단 출연이 단행된 시점은 상당히 가깝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사면을 받은 직후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이뤄졌고, 이후 2016년 1월 정부는 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추가 방안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단 6개월 사이에 일련의 절차들이 모두 완료됐다.

하지만 재단 출연금과 SK그룹의 의혹들을 한 데 묶기에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구석이 많다. SK그룹의 재단 출연 결정과 그 규모는 사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담 비율에 따라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삼성, 현대차 뒤를 이어 SK그룹 출연금이 많았던 것도 이에 따른 결과였다. SK그룹이 특혜를 바라고 자금을 냈다는 논리를 갖추려면, 나머지 재단 출연기업들도 모두 동일한 수사선상에 올려야 한다. 별다른 회사 이슈나 민원도 없이 대규모 출연금을 낸 것으로 알려진 LG그룹도 이 같은 논리로 따지면 충분히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의 사면과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를 엮기에도 아직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 특검에서는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과 최 회장이 사면 직전인 2015년 8월 10일 면회실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확보하고, 이를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녹취록에는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거나 "우리도 그에 걸맞은 숙제를 받았다"는 식의 암호 같은 대화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을 담보로 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해당 녹취록에서 최 회장은 이를 두고 "짐이 너무 과하다"고 표현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 역시 최 회장 사면 대가와 무작정 연결시키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 정부가 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실시하는 목적 자체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있다. 과거 정부나 현 정부나 이는 모두 같은 이유다. 경제활성화 약속 없이 재계 인사에 대한 사면을 실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무조건적인 '특혜'로 봐야 한다. SK그룹은 실제 최 회장 사면 후 굵직한 사회적 투자 활동들을 그 어느 기업보다 열심히 해왔다. SK하이닉스가 이천과 청주 등 반도체 공장에 수 조 원대 자금을 투입한 점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활동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특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SK그룹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을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그동안 SK그룹과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수면위로 드러난 사안들의 사실 관계를 놓고 봤을 때는 대가성보다 정부 차원에서 강요에 의해 이뤄진 사안들이 많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을 두고 향후 특검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안들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 대가성을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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