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25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강제화 상표권 분쟁 구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단팥빵 전쟁'으로 불리는 김앤장과 세종간 소송 대리전이다. 김앤장이 단팥빵 매장 영업권 침해를 주장하는 A사의 법률대리를 맡아, 3심까지 간 끝에 결국 승소했다. 리갈 상표권 소송은 ‘단팥빵 소송'의 2차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역 등에서 단팥빵을 판매하던 A사는 2014년 B씨와 C씨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를 제기했다. A사의 법률대리를 김앤장이, 피고인 B씨와 C씨의 법률대리를 세종이 맡았다. 이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A사가 승소했다. 당시 소송은 골목상권 분쟁에 대형로펌이 끼어 들면서 화제가 됐다.

A사는 매장의 표장, 외부간판, 매장 배치 및 디자인 등은 기존 제과점과 차별화를 위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성과물인데, 피고들이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까지 그대로 모방해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원고 매장의 간판 등은 일본 단팥빵 업계나 지하철 역사 내 식품 점포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이고, 이후 간판을 바꿔 모방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B씨는 지난 2013년 5월 A사 제빵기능사로 입사했으며, 퇴직 후 C씨와 함께 그해 12월부터 단팥빵 매장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B씨와 C씨는 2014년까지 동업을 했으며, 이후 C씨는 B씨와의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2014년 8월부터 상호를 변경해 종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단팥빵을 판매했다.

법원은 원심에서 모두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가 원고의 성과물을 무단 사용한데 따른 '부정경쟁행위'가 성립되며, 영업상 손해가 추정된다며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고들은 1심과 2심에서 패소 후 대법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재판부가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특정 영업을 구성하는 영업소 건물의 형태와 외관, 내부 디자인, 장식 표지판 등 영업 이미지가 별도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일 경우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간주했다. 당시 B씨가 A사에 재직한 경험이 있고, 외부 인테리어 구성과 상호 형상 등의 유사성이 정황적 증거로 작용했다.

이 같은 판결은 당시 법조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디자인 상표 등록과 무관하게 폭넓게 영업권을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은 2013년 부정경쟁행위 방지법 개정으로 신설된 법 2조 1호의 (차)목 조항이 근거가 됐다.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인정한 법 개정에 주목해 소송을 맡은 게 김앤장이다. 다수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변호인단이 가세하면서 세종을 누르고 소송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형로펌이 소규모 기업 분쟁에까지 관여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새로운 법률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금강제화 리갈 상표권 분쟁도 김앤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에는 소송을 제기한 일본 측 리갈코포레이션의 변호를 맡았다.

일본 리갈 측은 1990년에 미국 브라운그룹으로부터 미국, 푸에르토리코, 캐나다를 제외한 주요국의 리갈 상표권을 양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갈코포레이션에 구두 일부를 위탁 생산하며, 납품한 경험이 있는 ㈜금강이 상표권을 국내에 일방적으로 출원하고, 구두 제품에 사용해왔다는 입장이다.

단팥빵 소송 판례를 그대로 대입하면 김앤장은 ㈜금강이 사용하고 있는 '리갈' 상표권의 유사성 등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 침해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일본 리갈 측이 브랜드의 원 소유자인 브라운그룹으로부터 성과물 등을 양도받은 사실도 이번 소송의 주요 포인트이다. 김앤장은 단팥빵 소송을 승소를 이끈 경험을 토대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이 어떤 대응 논리를 만들어서 나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앤장 측은 별도 외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르면 2월말께 소장이 피고 측에 전달되고, 심리 기일이 잡히면 대략적인 소송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