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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호의 결단, '6500억' 현대시멘트 베팅 한일시멘트, LK투자와 손잡고 우협선정…점유율 제고·가격 주도권 포석

심희진 기자공개 2017-02-20 08:31:3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7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앞세운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3월부터 한일시멘트를 이끌어 온 허기호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한일시멘트를 포함한 LK파트너스-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에 우선협상 자격을 부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일시멘트-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현대시멘트 인수 가격으로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인 6500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시장에서 거론돼 왔던 지분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점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시멘트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는 허기호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영 첫 해…드라이몰탈 부진에 실적 '빨간불'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인 허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식을 갖고 업계 최초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1997년 입사해 한일시멘트 관리본부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5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해 왔다.

허 회장의 경영능력은 일찌감치 검증됐다. 허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만의 반도체 검침장비 생산업체인 CCP를 사장 취임 첫 해에 인수한 후 2015년 매각해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2011년에는 경쟁사인 성신양회의 드라이몰탈 부천공장을 인수해 이듬해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 취임 첫 해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 4412억 원, 영업이익 101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5년보다 매출액은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6% 감소했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경쟁사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해온 드라이몰탈 사업이 가격 인하 경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1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재무구조가 더욱 나빠졌다.

◇허기호 회장의 분위기 반전 카드

허 회장이 분위기 반전 카드로 준비한 건 바로 '현대시멘트 인수합병(M&A)'이다. 한일시멘트는 2015년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며 업계 재편 의지를 보였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기 위해 아세아시멘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서울 강남 사옥을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형태로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쌍용양회 인수전에선 재무적 부담에도 불구 "대규모 자금을 써도 상관 없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동양시멘트는 레미콘사인 삼표의 품에 안겼고, 쌍용양회 역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가격 요소 등에서 밀린 한일시멘트는 두 번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 후보였던 한일시멘트가 이전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며 "PEF 등이 아닌 동종업체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주도권 경쟁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시멘트 인수전 초반만 해도 한일시멘트가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그 이유로 △두 회사 모두 내륙사라 영업망 중복에 따른 비용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올해 건설경기가 위축될 확률이 높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허 회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시멘트 산업은 업체 간 품질이나 생산기술상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높여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허 회장은 사세 확장에 주력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은 만큼 업계 마지막 매물인 현대시멘트를 잡기 위해 준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번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한일시멘트는 업계 1위인 쌍용양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015년 매출액 기준 한일시멘트의 시장 점유율은 21.21%, 현대시멘트는 7.38%다. 합하면 28.59%까지 상승하는데 이는 쌍용양회의 점유율(28.78%)과 비슷한 수치다.

가격 결정 지배력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시멘트 가격은 라파즈한라가 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해 초과 공급을 일정 부분 해소하면 단가 인상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을 구사하기 수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로서 이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합병 후 양사가 제조원가, 물류비용 등을 어떤 식으로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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