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3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업이익률 43.9%, 순이익률 36.6%, 창출 현금 1조 8000억 원. KT&G가 지난해 달성한 실적 성적표다. 일반 제조업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들이다.이런 KT&G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담배사업 자체가 사양산업인 까닭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 실제 국내담배 시장은 2002년 이후 금연 열풍과 흡연규제 강화, 정부의 조세인상정책 여파로 수요가 감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KT&G도 변화를 원했다. 그 혁신의 중심에 바로 민영진 전 KT&G 사장이 있었다. 민 전 사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KT&G를 이끌었다. 재임 당시 대대적인 해외 투자와 신규 인수합병(M&A)으로 보수 경영 기조가 강했던 KT&G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물론 그 도전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야심작이었던 소망화장품과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M&A는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두 건의 투자 실패로 날린 투자금만 1000억 원이 넘는다. KT&G생명과학과 다른 해외 계열사 사례까지 더하면 투자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하지만 확실한 실적 안전판을 갖고 있는 KT&G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경영 체제 하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과 실행 의지가 궁극적으로 잠재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 유산들이 쌓일 무렵 돌발 악재가 터졌다. 선봉에 섰던 민 전 사장이 금품수수 구설에 휘말리면서 임기 중도에 하차하고 만다. 이후 KT&G는 반작용 탓인지 전보다 더 보수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들어오는 현금을 사실상 그대로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신규 사업 투자도 명맥이 끊어졌다. 그나마 관심있는 투자처는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이다. 공기업 보신주의의 변형 사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화려한 외형에도 KT&G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스스스 끝이 보이는 다리를 걷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절실함을 찾기 어렵다. 제2의 민영진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사양산업 1등 기업이 계속 살아남는 법, KT&G는 그 냉혹한 현실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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