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대주주 지원 963억 줄어든 이유는 주가 하락이 원인…대주주 지원 의지 약화 분석도 나와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보험의 유상증자 규모가 최초 공시보다 963억 원 줄어들었다. IFRS17(국제회계기준) 등 보험사 건전성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한 푼이 아쉬운 동양생명 입장에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일차적인 원인은 동양생명의 주가 하락이다.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된 탓에 최초 공시할 당시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주주인 안방보험그룹의 동양생명 자금 지원 의지가 처음보다 약화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지난 10일 안방그룹홀딩스로부터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5283억 원의 자본을 확충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9일 6246억 원의 자본을 확충받기로 했다고 공시한 것과 비교하면 유상증자 규모가 963억 원 축소됐다.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원인은 동양생명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발행되는 신주의 수가 정해진 상황에서 신주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전체 유상증자 규모도 축소됐다는 계산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의 가격은 규정에 의거해 이사회 결의일 전날을 기점으로 1개월, 1주일, 최근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격과 최근일 가중산출평균 주가 중 낮은 것을 기준 가격으로 산정한다.
지난해 11월 시점에서 이렇게 산출된 동양생명 신주의 기준 가격은 1만 1613원이었다. 이후 육류담보대출 사건이 불거지는 등 악재가 터지면서 동양생명의 주가가 하락해 기준 가격도 같이 떨어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책정되지 않았던 할인율(10%)이 추가되면서 신주의 최종 가격은 9823원까지 낮아졌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내부 정관으로 현재 발행 주식 수의 절반까지만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정관의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신주를 발행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전체 유상증자 규모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발행할 신주의 수량이 정해졌다는 가정에서 계산한 결과다. 필요한 경우 정관을 개정해 신주의 수를 늘려서 발행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 규모 축소가 주가 하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동양생명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했다 하더라도 안방그룹홀딩스가 신주 수를 더 늘리면 원하는 규모만큼 유상증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방그룹홀딩스가 약속했던 6246억 원의 유상증자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 신주 6358만 9927주를 발행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안방생명보험(Anbang Life Insurance)이 보유한 동양생명의 주식 수(6777만 9432주)를 넘지 않는 규모라 별도의 승인 절차나 지배구조 체계의 변경 없이도 비교적 간단하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안방그룹홀딩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는 길을 택했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안방그룹홀딩스가 일시적으로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어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안방그룹홀딩스에 인수된 알리안츠생명보험의 공시에 따르면 안방그룹홀딩스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150억 홍콩달러(한화 2조 2383억 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안방보험그룹이 연이어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어 이 자본금이 안방그룹홀딩스에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 안방보험그룹의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자금 지원 규모를 줄였다는 점만 따져본다면 동양생명에 악재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보험사는 IFRS17이나 신지급여력(RBC)제도 등 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최대주주인 안방생명보험의 전략에 맞춰 대규모 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태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우리은행 과점주주 지분에 3261억 원 투자했으며, 해외 계열사인 미국의 '뉴산타모니카비치호텔(New Santa Monica Beach Hotel)'에 3334억 원을 대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6246억 원을 다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사용한 돈보다 적다"며 "안방보험그룹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더 해줄지 모르겠지만 지금 동양생명 입장에서는 한 푼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이번 유상증자는 두 달 넘게 절차가 지연되는 등 순탄치 못했다"며 "마지막에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것도 석연치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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