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11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투자를 하면서 가장 아까운건 수수료다. 4~5% 수익 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2% 가까운 수수료를 떼고나면 은행 적금 붓는게 낫겠다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펀드 수수료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절반 이상을 챙긴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운용사가 챙기는 몫은 절반도 안된다. 사무수탁사가 받는 보수는 열정 페이 수준이다.1조원이 넘는 설정액을 자랑하는 한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는 연 1.8%, 이 가운데 판매 보수는 1%로 전체 수수료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운용 보수는 42% 수준인 0.76%에 불과하다. 또다른 대형 펀드의 경우 총 수수료가 1.49%인데, 운용 보수 비중이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판매 보수다.
이런 보수 체계는 우리나라 주식형 펀드 대부분을 관통하는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펀드의 존재 이유가 고객 자산을 불려주는 것인데 운용사의 몫이 판매사보다 적다는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보수 체계에도 갑과 을의 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갑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사다. 이들이 자사의 펀드 라인업에 이름을 걸어주지 않거나, 설사 판매 목록에 올렸다하더라도 마케팅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잘난 펀드도 버텨낼 수 없다.
실제 KB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같은 시중 은행의 펀드 라인업에 이름을 걸면 1조 펀드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이들이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 뿐만 아니라 판매 보수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판매 보수가 높은 펀드는 메가펀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판매사에 보수 인하를 요구할 배짱좋은 운용사는 거의 없다.
판매 보수에는 펀드 라인업 관리 비용, 전산 시스템 비용, 사후 관리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판매사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는 별로 없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투자하는 고객들의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수료가 저렴한 인터넷 전용 펀드라는걸 내놨지만 판매 보수 비중은 거의 비슷하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상당히 거북하다. 기관 투자가들은 기관 전용 펀드를 통해 저렴하게 투자한다. 과장되게 말해서 개인 투자자들이 '호갱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 47개 증권사가 거둬들인 집합투자증권(펀드) 취급수수료는 총 39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까지 포함하면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펀드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펀드 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77조 원에 육박했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이 8년만에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공모펀드 판매잔고 중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인 4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싼 수수료를 내고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판매사가 운용사를 쥐고 흔드는 현재의 수수료 구조로는 투자자를 붙잡기 힘들어 보인다. 조만간 주식형펀드 시장에 위기가 불어닥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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