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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조선업 구조개선펀드 [thebell note]

정강훈 기자공개 2017-05-02 11:17:17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6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의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 결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공고한 결성 기간은 3개월이었지만 현재 6개월 넘게 펀딩이 진행 중이다. 운용사들은 펀딩이 길어지자 멀티클로징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당초 목표 약정총액보다 적은 금액에서 조합을 결성한 뒤, 나중에 LP를 다시 모집해 펀드를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와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조선업 펀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벤처캐피탈에서 조선업 펀드에 출자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반응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부정적인 얘기들만 나오고 있는데 어떤 LP가 굳이 조선업에 투자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애초에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각 펀드 규모가 500억~1000억 원에 달해 LP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조선업이라는 분야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아직 조선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확실한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LP들이 관심을 가질지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 펀드에 매칭출자를 해야 할 연기금, 은행, 증권사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는 다소 섣불렀던 감이 있다. 조선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시기였다면 지금보다는 더 큰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하필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한창 시끄러운 시점에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는 위기에 빠진 조선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게끔 고안된 정책성 펀드다.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면밀한 검토가 사전에 필요했다. 굳이 지금 시점에 펀드를 출범하려 했다면 LP를 모을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을 홍보했어야 했다.

앞선 관계자는 "검토해보니 운용이 쉬울 것 같지 않아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LP 입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는 말이다. 모태펀드가 애초에 시장친화적인 출자 조건을 내걸었다면, 지금처럼 펀딩이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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