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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신성장동력 '피코크' [thebell note]

김기정 기자공개 2017-05-10 08:22:52

이 기사는 2017년 05월 08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금연휴에 이마트 1호점인 창동점에 들렀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계산대 위에 설치된 모니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는 "맛에는 욕심을 내야 한다"는 피코크의 광고문구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신선식품 층으로 내려가니 코너마다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 배치가 돋보였다. 생닭 매대에는 '피코크 닭볶음탕양념'이, 오징어 매대에는 '피코크 오징어볶음양념'이 있었다. 각종 양념류를 모두 구비하기 부담스러운 1인 가구나 요리에 자신이 없는 주부라면 원재료와 함께 선뜻 카트에 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코크 전담 진열대도 있었다. 1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코너 양 옆으로 언뜻 봐도 족히 100개가 넘는 상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언양식 불고기와 고구마두텁떡, 정통인도커리인 마크니처럼 마트에서는 물론이고 평소 흔히 접하기 힘든 음식도 여럿 있었다. 광장시장 명물인 순이네 빈대떡과 유명 고깃집인 삼원가든의 갈비탕을 집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상품도 눈에 띄었다.

피코크가 이렇게 이마트의 전체 매대를 차지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컵밥 등 극소수 품목에만 피코크라는 상표가 붙었다. 2013년 처음 출시됐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롯데마트의 '통큰시리즈'에 밀려 별다른 관심도 받지 못했다. 당시 마트의 PB(Private Brand)는 여타 브랜드를 베껴 그저 싸게 만든 상품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4년 신세계그룹은 '비전2023'에 피코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저성장의 타개책으로 '해외사업'과 '가격경쟁'을 꺼내 들었던 여타 유통업체들과는 행보가 달랐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이마트답게" 만들겠다며 콘텐츠에 역량을 쏟았다.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제품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신축하고, 피코크의 생산기지인 신세계푸드에 이마트 출신 인사를 속속 기용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코크 제품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사진을 찍어 올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2013년 340억 원이었던 피코크의 매출액은 지난해 1900억 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이마트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훌쩍 넘어섰다.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식음료업계를 통틀어서도 최근 이렇게 급성장한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이마트는 지난해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양호한 실적을 거뒀고, 계열사에 급식을 납품하는 사업을 주로 영위했던 신세계푸드는 피코크를 발판 삼아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신감이 붙은 이마트는 노브랜드(초저가 PB), 센텐스(화장품 자체 브랜드) 등을 신규 출시하며 다시 한번 도약을 꾀하고 있다. 경쟁력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쿠팡과 카카오, 롯데홈쇼핑, 옥션, G마켓 등으로 피코크의 유통채널을 넓혔다. 흔히 유통업계에서 더 이상 성장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내수 의존도가 막대한 업의 특성 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에서는 한계가 크다는 설명이다. 피코크의 선전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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