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소 제도화 늦춰지나 당초 올해 상반기 목표…금융위, 해킹 사고로 신중한 태도 전환
안경주 기자공개 2017-05-15 10:22:31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1일 1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에 정식 등록된 디지털 통화(가상화폐) 거래소 출범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핀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통화 거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작업에 나섰지만 최근 해킹 사고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거래소 등록제 등 제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디지털 통화 제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다음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통화 제도화 방안에 대한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 일정을 재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TF는 올해 상반기에 제도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에 따라 국내 디지털 통화에 대한 정의, 거래소 등록제와 자금세탁 방지, 외환 규제 등을 논의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거래소 등록제 도입 등 디지털 통화 제도화 추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도 잠시 중단한 만큼 다음주 TF 회의에서 (디지털 통화 제도화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 통화는 금전의 가치가 디지털 신호 형태로 저장된 통화로 가상화폐로 불린다. 송금시 수수료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비트코인 등 세계적으로 약 700개의 디지털 통화가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세계 디지털 통화 시가총액의 약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 비트코인의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비트코인을 새로운 공식 화폐로 인정하고 거래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등 디지털 통화가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다만 국내 거래소의 경우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통화에 대한 정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관련 사업자나 거래소 등이 실질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디지털 통화의 제도화를 추진해 온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TF 논의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통화 거래 사업자를 전자금융업에 등록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논의 과정에서 전자금융업에 등록하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게의 반발도 있었지만 금융위 내부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왜 디지털 통화 제도화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금융위 안팎에선 지난달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의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디지털 통화 거래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 거래량 상위권 업체인 야피존은 지난달 22일 해커의 공격으로 코인지갑 4개(3831비트코인)를 탈취당했다. 당시 피해규모는 55억 원 가량이었다.
이번 해킹 사고를 계기로 금융위는 디지털 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보안 기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디지털 통화 거래소 보안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업계에선 개별적으로 보안장치를 마련해 왔다. 이 때문에 '보안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해 제도화한 이후에 해킹 사고 등이 발생하면 책임소재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디지털 통화 제도화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무부처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거취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디지털 통화 제도화 추진 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8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당분간 금융위원장 자리는 새 위원장이 올 때까지 공석으로 남는다. 금융위 부위원장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겠지만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 통화 업계는 해킹 사고 방지 등 거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거래사업을 등록제 등을 통해 제도화를 시도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해킹 사고에 대한 소비자보호 등을 포함해 디지털 통화 제도화의 필요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목표에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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