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22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에는 뉴타운 또는 주택재개발을 위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됐고 투자자들이 몰렸다.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욕망과 개발이익으로 인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많은 곳의 뉴타운이 지정됐다.
그러나 사업성의 철저한 검토나 주민들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진행된 지구 지정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 결과 다수의 뉴타운들이 해제 됐지만 향후 슬럼화 방지와 지역의 활성화에 지역사회의 고민은 더 커졌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지역의 특성과 개성, 문화를 무기로 지역 경제가 더 살아나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종로구 익선동 상권이다.
종로구 익선동은 한옥마을로 잘 알려졌다. 꼭 가보라 권하고 싶다. 과거 3년 전의 한옥마을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과 3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좁은 골목길들 사이로 빼곡히 들어선 한옥들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양반들이 살았던 북촌과 달리 서민촌이었던 익선동에는 15~20평 남짓 작은 한옥들이 대부분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현재 서민 한옥의 그대로의 멋을 살리면서 세련된 인테리어, 개성있는 디자인 소품들, 조명들이 결합한 수많은 음식점 등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고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저녁에 대형 오피스 사무실에서 회사일을 마치고 동료, 연인, 가족 등과 함께 꼬불꼬불한 익선동 한옥 카페 골목길을 거닐어보자. 외관은 옛날 한옥이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으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 같은 공간의 향기로 지친 하루의 삶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익선동 165번지(약 3만㎡) 일대는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2005년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이 지연되다 결국 2014년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해산됐다.
사업의 무산으로 인해 지역 경제의 침체가 예상 됐지만 분위기는 반대였다. 2014년부터 익선동에는 자그만 한옥을 개조한 개성 있는 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카페, 호프집 등이 하나 둘씩 늘어 났고 블로그, SNS 등을 타고 유동인구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관광객, 20~30대 젊은층, 인근 오피스지역의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유동인구가 유입되면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익선동은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후 신축이 불가해 최소한의 보수만을 해왔기 때문에 이처럼 옛 모습을 간직했던 것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종로구 익선동 부동산 시장은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매가와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임대료로 인해 기존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주택 15평 정도(보통 대지 30평 미만)의 임대료수준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임대료 150~200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카페들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2~3년전 평균 70~80만 원 하였던 월 임대료가 2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또한 매매가는 3.3㎡당 4000만원 내외의 시세 형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시자료에 의하면 올 2월 익선동 소재 단독주택(연면적50㎡, 토지86㎡)이 10억 2500만 원에 매각됐다. 토지기준 3.3㎡당 3940만 원에 거래된 것이며 호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위 단독주택과 비슷한 규모가 2014년 3분기에 3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 3년 만에 거의 3배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익선동 상권은 재개발 무산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유민준 신한은행 팀장
코넬대학교 석사(빌딩경영학)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국토해양부 자산운용전문인력
부동산투자자문 전문인력
現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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