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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만든 문래동 상권 [WM라운지]

유민준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공개 2017-04-07 13:21:41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5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대나 연남동 이태원과 같은 상권을 볼 때 예술가들이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데 일정부분 이바지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순수하게 예술가들 때문에 상권이 발달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홍대의 경우 집객시설인 대학교가 위치해 있고 클럽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문화가 예술가들의 길거리 미술 등과 어우러져 상권을 성장시켰다.

연남동의 경우 공방이라든지 아기자기한 소품가게 등이 경의선 숲길이라는 공원과 만나 기폭제가 돼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상권이 활성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문래동 상권은 예술가와 그들의 활동이 상권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출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문래동 창작촌은 1960년대 후반 청계천 철공소들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철강산업이 우리나라 산업의 주축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산업의 쇠퇴와 IMF로 인해 철공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공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 무렵부터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철공소 건물의 높은 층고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작업실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래동 지역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10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문래 예술공장을 세우면서부터다. 게다가 홍대상권의 역할도 컸다. 홍대 지역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수년전부터 작업실을 찾아 문래동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예술인들은 단순히 철공소 안에서 작업을 하는 것만 아니라 거리로 나와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바꿔놨다. 거리에 조형물을 세우고 낡은 철공소 벽에 벽화를 그리면서 예술의 거리를 만들어냈다. 문래동 예술 거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SNS를 통해 유명해지면서 방문객들이 증가했다.

게다가 거리와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수제 햄버거집 등 맛집들이 속속 들어섰다. 이미 인터넷에 문래동 맛집을 입력하면 많은 업소들이 검색되며, 카페 겸 책도 읽을 수 있고, 상설전시회도 여는 복합문화공간도 들어서 있다.

이처럼 문래동 상권이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상권은 아직 크지 않다. 약 30미터 남짓한 골목에 불과 열댓개 내외의 카페, 음식점 등이 전부이다.

상권 내 토지 건물의 매매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시세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인근 준공업지역의 거래 사례를 비춰볼 때 토지기준 약 3.3㎡당 1500~2000만 원 내외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는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염려한 철공소 세입자들이 직접 건물을 사들여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과거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1층 면적 33㎡ 기준으로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임대료 60만~70만원 수준으로 인근 대로변이나 타 상권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문래동상권에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홍대상권처럼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상권의 개성이나 특수성은 강하지만 배후주거수요가 부족하고 공원, 대학, 병원 등 집객시설도 없어 타 상권에 비해 상권의 기초체력이 떨어진다.

특히 문래 상권은 철공소라는 독특한 분위기와 예술가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향후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기존 철공소가 사라지고 예술가들이 밀려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 발생한다면 급격히 쇠퇴할 확률이 높다. 지역사회와 건물주, 임차인간 상권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민준 신한은행 팀장

코넬대학교 석사(빌딩경영학)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국토해양부 자산운용전문인력
부동산투자자문 전문인력
現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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