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26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씨티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17가지에 이르는 경영상 유의점과 개선사항을 지적받았다. 경영관리부터 성과평가, 리스크관리 분야까지 곳곳에서 민낯을 드러냈다. 그 중 유독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중요 경영전략 변경에 대해 이사회 보고 등 '절차 강화'가 필요하다는 대목이다.2015년 씨티은행은 영업점 모델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신(新)점포전략을 통해 전국 129개 지점을 모델Ⅰ(자산관리)·모델Ⅱ(씨티비즈니스)·모델Ⅲ(신규고객유치)로 나눠 특화시켰다. 문제는 절차에 있었다. 당시 경영진은 전략 시행(11월 24일) 직전(11월 17일)에 이를 이사회에 보고했고, 이보다 겨우 일주일 앞서(11월 11일) 열린 경영관리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논의했다. 은행의 핵심 전략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씨티은행은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통해 또 한번의 변화를 꾀했다. 전국 지점의 80% 폐쇄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점포 통폐합을 통해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영역과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 점포 인력 대다수가 유선 영업과 상담에 주력하는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발표에 놀란 임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조는 시간이 갈수록 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사 양측의 폭로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깜짝 통보로 지점 폐쇄 소식을 접한 고객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계좌해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 이탈은 이미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불미스런 사고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씨티은행 체크카드가 해킹의 일종인 빈(BIN·Business Identification Number) 공격으로 해외에서 부정 사용됐다. 비록 금액은 소액이었지만 피해 건수는 1000여 건이나 됐다. 은행이 전액 보상처리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부정 사용에 대한 은행의 고지가 늦어지며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비판만 키웠다. 결국 당국이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불충분한 논의와 일방적인 소통이 매번 잡음을 키우는 꼴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산하의 은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다. 이대로라면 다시 불거진 철수설도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 뒤늦게 박진회 행장이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 단속에 나섰지만 봉합하기엔 역부족이다. 줄곧 서투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 씨티은행 본사 앞, 근조(謹弔)를 의미하는 검은 띠를 두른 차 한대를 목격했다. 노란색 명판에 '한국씨티은행'이란 여섯 글자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은행의 1순위는 단연 신뢰다. 의심 가득한 금고에 돈을 맡길 사람은 많지 않다. 씨티은행 영정사진을 든 직원들의 자조섞인 비난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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