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29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6일 주주협의회를 가졌다. 채무 만기 3개월 연장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금호타이어는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1조 3000억 원대 채무를 들고 있다. 이를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채권단은 조만간 이에 대한 협의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마침내 매각 해법을 찾았다"거나 "제대로 된 칼자루를 꺼내들었다"는 등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상표권'을 무기로 삼아 매각을 막고 있는 박삼구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공격 포인트는 '9월'이란 시점이다. 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이 계약을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하는 때다. 이 시점까지만 한시적으로 채무 만기를 연장하겠다는 것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놔주지 않으면 이때부터 채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
금호타이어 경영사정상 채무 만기 연장 불발은 곧 '법정관리'를 의미한다. 박 회장이 압박을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이 같은 카드가 정말 묘수여서 꺼내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박 회장도 압박이 되겠지만 더블스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안이란 점 때문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시 2조 2000억 원대 달하는 채무를 5년 동안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계약을 일단 맺고 이를 논의하자고 했다. 더블스타는 이에 따라 이행보증금 없이 중도에 발을 뺄 수 있는 조건을 약속받고 채권단과 지난 3월 SPA를 체결했다. 채무연장이 안되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주주협의회 구성원이자 최대 채권자(지분율 33.69%)인 우리은행은 더블스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은행(32.15%)과 더불어 단독으로 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다. 더블스타만이 해답이라고 보고 있는 산업은행이지만 우리은행을 여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3개월 채무 단기 연장도 우리은행 동의를 끌어내지 못해 내놓은 임기응변에 가깝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부정적이어서 일단 9월까지만이라도 채무 만기를 미루자고 한 것으로 안다"며 "더블스타 요구 사안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겉돌고 있는 이유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생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산업 구조조정 때 주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이 주채무 자리를 산업은행에게 뺏기다시피 내어준 일을 두고 아직 앙금이 남아 있어 양측의 협상이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이 이런 이유로 채무 단기 연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충격을 받은 이는 박 회장보다도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이다. 3800명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직원은 '고용보장' 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정작 채권단은 "안 팔리면 죽는다"고 압박만 하고 있다. 채무 단기 연장 시도는 결국 이들 직원의 불안감과 미래는 안중에 없다는 채권단의 속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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