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07일 12: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표권 사용 불허가 매각 '방해 사유'에 해당하면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은 상표권 사용을 박 회장이 끝내 허가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권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꺼내 들었다.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타이어(더블스타)로 매각 좌초시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날 것을 박 회장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상표권 탓에 실패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10년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박 회장이 사재출연 등을 통해 기업 경영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재건을 노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양측이 당시 맺어둔 우선매수권 약정서에는 '해지(제6조)' 조항이 존재한다. 4개 항목으로 구성된 해당 조항에는 '을(박 회장)'이 '갑(채권단)'의 매각을 방해할 경우 일방적으로 약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제6조 2항 '을이 경쟁입찰에 사전 동의 없이 직·간접적 참여 혹은 관여하거나, 정상적인 경쟁입찰 진행을 방해할 경우'다.

결정적인 조항은 제6조 4항이다. '갑이 본 약정을 해지한 경우 을의 우선매수권은 발생되지 않거나 이미 발생한 경우에도 소멸하고, 을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산업은행이 박 회장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떤 법적 문제에도 구애받지 않고 해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이 이를 근거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해지까지 검토하게 된 것은 지속되고 있는 상표권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시 '금호'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왔다. 다만 "합리적 조건을 제시하면 (사용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언급한 합리적 조건은 상표권 사용료율을 크게 올려주고 한국법인 경영권까지 유지시켜 줄 것 등이란 관측도 나온다. 매각전을 순탄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산업은행이나 더블스타 양쪽 모두 무작정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일 수 있다.

박 회장의 상표권 대립 노림수는 협상 무산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재개되면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오는 9월까지 거래를 마치지 못하면 협상을 종결하는 것으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어뒀다. 이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도 회생한다.

산업은행은 따라서 우선매수권 박탈 카드를 꺼내들면 박 회장 역시 이번 거래에 협조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없으면 금호타이어 매각을 재개하기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똑같은 조건으로 매각을 재차 시도하면 이번 사태를 지켜본 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상표권 불허가) 약정서상 해지 조건에 해당되는 지는 조금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확인 가능한 약정 내용으로 볼 때) '갑'이 특별한 조건 없이도 강제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있는 것으로 볼 때 산업은행의 의중이 (해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금호산업 경영진들과 첫 대면을 갖고 본격적인 상표권 사용 협상에 돌입했다. 이달 5일에는 금호산업 측에 상표권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공문을 보냈다. 만약 답변이 부정적이면 우선매수권 박탈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답변시한은 오는 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