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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KT&G 지분 처리 두고 골머리 매각 연기 소문 돌면서 혼선…자본건전성 관리, 이사회 재의결 필요

이길용 기자공개 2017-06-22 09:23:00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9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행이 수년간 추진해 온 KT&G 보유 지분 처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이 KT&G 지분을 내년 이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하지만 주식에 대한 위험계수가 높아지는 추세로 전환되면서 KT&G 지분 매각을 성사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은 당초 올해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보유 지분 매각은 이사회 의결 사안이라 내년으로 시점을 늦출 경우 추가적으로 재의결 절차가 필요하다. 주주마다 매각 시점을 두고 이해관계가 달라 이사회 의결에서도 진토을 겪을 수 있다. 지배력 유지를 위해 지분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의견차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은행은 KT&G와 이마트 지분 매각을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2월 이마트 지분 3.4%(93만 9480주)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이마트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자 연초 전격적으로 이마트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 규모가 2000억 원 수준인 이마트보다는 지분가치가 1조 원이 넘는 KT&G 지분에 관심이 더 많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 951만 485주(지분율 7.54%)를 보유하고 있다. 9.47%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업은행이 최대 주주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지분 매각이 어려운 KT&G 지분을 올해 매각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내년 이후에 매각을 추진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기업은행과 KT&G 주가가 출렁였다. 올해 매각을 하게 될 경우 주식매각차익을 순이익에 반영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손익이 아니라 자본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자본계정 중 하나인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사라진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순이익으로 계상되는 것과 자본이 확충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는 순이익으로 잡혀야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KT&G 지분 매각 시점에 기업은행과 KT&G 주가가 영향을 받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기업은행이 KT&G 지분 매각을 마음대로 내년으로 미루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젤Ⅲ가 2018년부터 도입되면 보통주의 위험 가중치는 기존 100%에서 300%로 3배 상향된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에게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1조 원이 넘는 보통주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이사회 결의 사안인 KT&G 지분 매각 시점을 기업은행이 자기 마음대로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 2월 기업은행은 KT&G 지분 매각을 결의했고 그 지분 매각 시한을 2017년으로 설정했다. 내년 이후에 KT&G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새로운 의결이 필요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5년 KT&G 지분 매각을 의결한 이후에 KT&G 지분과 관련돼 새로운 내용을 이사회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 처리를 놓고 계속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KT&G 지분을 팔고 싶어하지만 KT&G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은 기획재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재부 내부적으로 변화의 기류는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기업은행이 KT&G 지분 매각을 내년으로 미룬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업은행에게 관련 사안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사회에서 새로운 결의도 없고 자본관리를 위해서는 마냥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라 지속적으로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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