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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퇴임한 기업은행 사외이사 지적한 까닭은 [금융 人사이드]이종구 변호사 '이해상충' 소지 우려…임기만료로 일단락

원충희 기자공개 2017-06-20 09:41:45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6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의 전 사외이사였던 이종구 김·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 변호사의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이 변호사는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기업은행이 통상임금 항소심 등 굵직한 소송에 김앤장을 쓰고 있어 업무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금감원은 향후에도 이같은 사례가 발생할 것에 대비, 사외이사가 소속된 로펌과 계약체결시 이해상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기업은행측에 요구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에 실시한 기업은행 검사결과를 최근 통보했다. 경영유의사항 20건, 개선사항 18건 등 총 38개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그 중에는 로펌 소속 사외이사의 이해상충 문제도 있다. 사외이사가 소속된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해상충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내용이다.

현재 기업은행 이사회는 김도진 행장, 임상현 전무(수석부행장), 이수룡 감사 등 3명의 사내이사와 이용근·성효용·김세형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용근 사외이사는 옛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으며 성효용 사외이사는 성신여대 교수, 김세형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로펌 출신이 없는데 금감원은 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일까.

기은 이사회

사연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만 해도 기업은행 이사회에는 이종구 김앤장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다. 그는 법무법인 세종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2011년부터 지금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조화금융, 자본시장, 파생상품 등 금융업 관련 법률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경력도 화려한데 경인방송, 한국기업평가, 코레일,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기업은행에서는 201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6년 간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다. 앞서 4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조용 사외이사와 함께 기업은행에서 장수한 이사회 멤버다.

금감원이 기업은행을 검사하던 중 이종구 변호사를 주목한 까닭은 기업은행과 김앤장의 관계에 있다. 지난달에 판결이 나 화제가 됐던 기업은행 노사 간의 통상임금 항소심에서 사측을 대변,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를 이끌어낸 로펌이 김앤장이다. 기업은행은 1심에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가 패소하자 김앤장으로 교체해 항소했다.

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 간에 벌어진 모뉴엘 대출사기 소송의 대리도 김앤장이 맡았다. 지난 2013년 7월 기업은행이 예솔저축은행(현 IBK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경영권 이전거래 자문을 수행한 것도 김앤장이다. 이종구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동안 기업은행과 김앤장 사이에 여러 번 비즈니스가 있었다.

금감원이 문제삼은 것도 이 부분이다. 예컨대 회사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큰 소송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그 소송을 맡고 있는 로펌 소속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뉴엘 소송은 970억 원, 통상임금 소송은 77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수은행국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사외이사가 소속된 로펌을 쓰는 게 법규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가령 해당로펌과 특정사안이 있을 때 그 로펌 소속 사외이사는 회의에서 배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해상충을 방지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종구 변호사의 사외이사 임기가 지난달 6일 만료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선 6년 이상 한 곳 또는 계열사 합산 9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의 후임자로 김세형 사외이사가 지난달 29일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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