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시험대 선 아워홈 '구본성號' [전환기 식자재유통업]②구지은 대표와 갈등 불씨 여전, 고배당 기조 등 당근책 '주목'
박창현 기자공개 2017-08-08 08:25:36
[편집자주]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자재유통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외식업 팽창과 맞물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선진화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 구조 개선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식자재유통기업 현황을 들여다보고, 발전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8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워홈은 가족 경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체 지분에서 오너 일가 소유분이 98%가 넘는다. 견제 세력이 전혀 없다. 심지어 누가 경영을 맡아서 이끌어 갈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아워홈의 가족 경영 시스템에 균열이 생긴다. 구자학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다. 이중 막내인 구지은 대표가 2세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며 사업을 이끌어 왔다.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한 구 대표는 외식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전무로 승진한다. 2015년에는 구매식재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부사장에 오른다. 승승장구하던 구 대표는 그 해 임원 인사 문제를 두고 기존 경영진과 갈등을 겪으면서 보직 해임된다. 이듬해 복귀 결정이 내려지지만 곧 의사결정 라인에서 제외되면서, 결국 아워홈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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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승계 구도가 어그러지면서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아워홈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총괄 중책을 맡게 된다. 구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범LG가가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고 아버지 구자학 회장의 신임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경영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아워홈 지배구조의 최대 강점이었던 가족 소유 구조가 오히려 구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구 부회장 외 다른 2세들도 아워홈 주요 주주들이다. 당장 구지은 대표가 20.67% 지분을 가진 2대주주다. 장녀 미현 씨와 차녀 명진 씨도 각각 19.28%, 1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과반이 넘는 지배력을 갖고 있는 나머지 2세들은 올해 초 구 부회장에게 반기를 든다. 먼저 지난 3월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한다. 구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새롭게 경영진을 꾸려 독자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결국 그 해 5월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됐다.
다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안건으로 올라온 전문경영인 영입안이 부결되면서 구 부회장에 대한 재신임이 결정됐다. 장녀인 미연 씨가 최종적으로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과가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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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회장이 가까스로 경영권을 지켰지만 분쟁의 불씨는 살아있다. 여전히 나머지 2세들이 구 부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 사안에 대해서도 견제가 가능하다.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나서 딱 두 달 뒤 나머지 2세들도 아워홈 등기이사에 오른다. 미현 씨와 명진 씨, 구 대표 모두 현재 아워홈 이사회 멤버다. 우호 관계가 잠깐이라도 틀어지면 언제든 공격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지난해 '2020년 매출 2조 5000억 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면서 책임 경영 일환으로 오너 일가 주주들이 이사회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신뢰와 신임을 얻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업계는 구 부회장이 가장 확실한 당근책으로 고배당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구본성 체제가 구축된 이후 배당 기조도 바뀌고 있다. 아워홈은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배당 성향을 높였다. 2010년 이후 아워홈은 10% 안팎 수준에서 배당 성향을 정했다. 2011년 9.53%였던 배당 성향은 이듬해 9.79%로 올라갔다. 2013년과 2014년 두 해 동안에는 순이익의 10%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배당 성향이 11.48%로 확대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기순이익이 늘면서 배당 총액 자체도 커졌다. 지난해 아워홈은 주주들에게 68억 원을 배당했다. 5년 전(33억 원)과 비교해 2배 넘게 배당액이 늘었다. 가족 주주들의 확실한 신임을 얻기 위해 향후에도 이 같은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 4336억 원, 영업이익 816억 원을 기록했다. 내실 경영에 힘입어 수년 간 4%대 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도 5.6%까지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워홈이 베트남 시장 개척과 생수 사업 진출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어 올해는 10% 대 매출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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