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2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매각주관사 선정을 마친 대우건설 대주주의 셀링 포인트는 무엇일까. 인수합병(M&A) 업계는 국내 시공능력 3위의 굴지 EPC회사로서 대우건설이 보유 중인 우수한 트랙레코드(수주 실적)를 매도자 측이 주요 투자 하이라이트로 내세울 공산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점 등을 강조하지만, 잠재투자자들에겐 오늘, 내일의 실적 못지 않게 대우건설이 과거부터 축적해 온 풍부한 수주 경험이 주요한 매력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선 중동지역의 자원수급 문제가 건설업계 화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들은 앞으로 수 십년 뒤 석유가 고갈될 것에 대비, 석유자원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국가사업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른 바 '비석유화'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추진되는 것. 이 과정에서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이란 등 중동 내 각종 인프라·도시개발 사업 붐이 일어나는 추세다.
해외 수주가 가능한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방대한 양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일례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한화건설과 함께 사우디 정부로부터 20조 원 넘는 규모의 주택건설 수주 물량을 확보, 역량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이 사업은 사우디의 주택부가 발주하고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것으로서, 수도인 리야드 공항에서 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 분당 신도시 2배 규모의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를 건설하는 공사다. 향후 10년 간 총 10만 세대의 주택과 신도시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설계 완료시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가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우디의 추가 신도시 개발공사 수주 또는 인근 중동국가 및 북아프리카로의 신도시 수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앵글로 볼 때 중동 투자자들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대우건설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많다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중국, 인도 등 다른 해외 국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당장 중국의 건설사들도 대우건설처럼 중동권 등 진출을 노리는데, 그간 상대적으로 기술력과 노하우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갈 때 직접 대우건설을 찾아 컨소시엄 구성을 제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체 역량만으론 안되니 대우건설 같은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다.
중동 뿐 아니라 인도 내에서도 교량이나 고속도로 등 난이도 높은 공사수요가 넘쳐 현지기업들이 대우건설과 손을 잡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이 최근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과 동맹을 맺어 '뭄바이해상교(Mumbai Trans Harbor Link)' 수주전에 뛰어든 것이 좋은 예다. 자금력을 갖춘 원매자가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다면 비교우위를 지닌 건설·수주 역량을 이어받아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외국계 외에도 복수의 토종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 인수후보들의 경우 대체로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다가 경쟁입찰 후반부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대우건설 매각 거래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우발채무 역시 건설업계 전반에 해당되는 테크니컬한 이슈인 만큼 딜 성패에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올 들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대우건설의 작년 해외 사업 손실에 따른 대규모 영업적자와 재무안정성 저하를 반영, 장단기 신용등급을 일제 하향조정했다. 다만 원가상승 요인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회계처리, 해외 미청구공사의 감소 등을 감안할 때 해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경감됐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산업은행 또한 대우건설이 작년 말 해외 잠재부실을 모두 반영해 M&A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에 매각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주 대우건설 매각 금융자문사로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 회계자문사로 EY한영, 법률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선임했다. 자문단은 이번주 킥오프(Kick-off) 미팅을 갖고 본격적인 매도자 실사에 돌입하게 된다. 매각공고는 내달 말경 나올 예정이다.
거래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밸류 6호'를 통해 소유한 대우건설 보통주 2억 1100만 주(50.75%)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예상 매매가로는 2조 원 수준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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