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9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3차 정시출자사업의 흥행을 위해 한 명의 투자 심사역이 두 개 이상의 펀드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 동안 출자사업에서도 특별한 제약요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동일한 투자인력으로 출자사업에 중복 제안하지 못했던 업계 관행을 한국벤처투자가 앞장서 깨뜨린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벤처투자가 이례적으로 과도하게 규제를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책임있는 펀드 운용을 기대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9일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3차 출자사업에 중복 지원하는 운용사가 동일한 인력을 두 개 이상의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으로 포함시킨 경우에도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예컨데 하나의 벤처캐피탈이 중진계정내 4차 산업혁명과 재기지원 분야 등에 복수로 지원한 경우 두 펀드 참여인력이 모두 동일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출자 제안을 준비중인 벤처캐피탈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복수 지원을 해도 된다고 사실상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사업 경쟁률이 분야별로 2.0대 1에서 4.5대 1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일부 분야에 집중된 운용 제안을 분산시키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분야에 능력있는 운용사를 유치하겠다는 복안에서다.

한국벤처투자는 3차 출자사업에 신청 자펀드의 운용인력의 경우 1인당 평균 운용자산 합계가 1000억 원을 넘지않는다면 여러 분야의 자펀드 제안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대표펀드매니저 역시 운용펀드(신청 자펀드 포함)의 수가 2개이거나 운용 펀드 규모의 합이 1000억 원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복수로 펀드 운용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중복지원이나 동일 운용인력의 복수 펀드 참여는 이전에도 이뤄졌던 일"이라며 "펀드의 투자 집중에 일부 어려움이 예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운용인력 부족 우려를 해소하고 성공적인 펀드 결성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하나의 출자사업에서 동일 계정내 복수 지원이나 똑같은 핵심 운용인력 참여를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일단 운용인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흥행을 위해 과도하게 규제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펀드 운용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체 '묻지마'식의 운용 제안에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중복지원은 이전에도 허용됐지만 다른 계정간 지원만으로 한정됐을 뿐"이라며 "동일 인력의 복수 펀드 참여역시 심사과정상 불이익이 공공연하게 예고돼 운용사들이 알아서 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모태펀드의 규제 완화는 중소형 벤처캐피탈의 복수 지원을 유도해 출자사업 흥행을 기대한 모태펀드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가령 운 좋게 복수의 펀드 운용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운용 역량 분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