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전 의장, 818억 원으로 뭘 할까 네이버 지분 0.3% 블록딜 매각…해외 스타트업 공동인수 가능성
김나영 기자공개 2017-08-24 08:02:28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3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0.3%의 지분율이지만 매각 금액은 818억 원에 달한다. 지분율이나 매각 대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 이 창업주에 대한 공정위의 총수 지정 해소를 위한 조치라거나 라인 스톡옵션 매입 추진이란 설명보다 해외 스타트업 공동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2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전일 네이버 지분 11만주(0.3%)을 매각하는 블록딜을 통해 보유지분을 4.64%에서 4.31%로 낮췄다. 앞서 전날 시도한 블록딜은 할인율 문제로 불발된 바 있다.
매수 후보군을 국내 기관에서 외국인으로 확대하고, 할인율을 2.3%에서 3%로 늘린 것이 전일 블록딜 성공의 키포인트다. 이 창업주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총 818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남은 지분의 가치는 동일 매각가를 기준으로 하면 1조 571억 원이다.
이 창업주의 지분 매각을 두고 네이버 안팎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무수히 많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준(準)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가능성에 대한 항의 의사 표현, 네이버 자회사 라인 스톡옵션 매입을 위한 현금 마련 등도 시나리오로 제기된다.
이 창업주가 0.3%의 지분을 매각한다 해서 개인최대주주 지위가 변동되는 것은 아니다. 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준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에 대해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창업주가 지분 0.3%를 낮춘다고 해서 공정위의 총수 지정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단순히 항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라인 스톡옵션 매입 추진은 실현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지만 충분치는 않다. 현재 라인의 최대주주는 네이버로 79.76%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는 지난해 라인 상장 당시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5.12%, 이 창업주가 2.78%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이 시점에서 이 창업주가 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지분을 파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IB업계에서는 이 창업주가 라인 지분을 팔아 오히려 네이버 지분을 살 것이라는 시각이 더 컸다. 네이버와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선택지를 제외하면 이 창업주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해외 스타트업 인수 등 신사업 추진이라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강소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해 빠르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급속도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자본만 있다면 쉽고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는 셈이다.
818억 원이라는 금액은 규모나 기업가치에 따라 이 창업주가 단독으로 신규 법인을 인수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또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만들어 인력을 확충하고 사업을 발전시켜나가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다. 이 창업주가 네이버 또는 다른 기업과 연합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선택하고 연계된 신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창업주의 현재 비즈니스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창업주는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활동하면서 대표나 이사회 의장으로 재임할 때보다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한 기업이 글로벌 ICT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지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해외 신규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이버가 유럽 제록스리서치센터(XRCE)와 같은 연구소를 인수할 때도 이 창업주는 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경우는 네이버가 지분 100% 인수로 이 창업주의 지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비슷한 딜이 나오면 이 창업주가 공동으로 참여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창업주가 개인적인 이유에서 800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했다면 글로벌 ICT업계의 트렌드에 맞는 M&A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총수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을 질색했던 이 창업주가 벤처정신에 입각해 다시금 자신의 지분이 높은 스타트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을 들여다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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