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부재 삼성 어디로]2008년 데자뷰?…위기극복 '플랜B' 있나이건희 회장 퇴진 당시 집단 의사결정, 핵심인력 부재 '위기론 고조'
길진홍 기자공개 2017-08-25 17:20:2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5일 16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 허물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4월 22일 특검 기소가 있은 후 회장직 퇴진을 선언했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이 이끌던 그룹 전략기획실을 사실상 해체하는 등 고강도 혁신 카드를 꺼냈다.
이 회장은 그 후 23개월 만인 2010년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다.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장기 총수 부재가 찾아온 시기다. 이 회장은 재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결국 2년 여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그로부터 약 9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1심서 뇌물죄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또 다시 총수 부재 위기에 직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한 특검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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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안팎에서 장기 총수 부재로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여 년 전 이 회장 퇴진 당시와 닮은 듯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다르다. 10년전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학수 부회장이 건재했고 사실상 이 회장의 영향력이 살아 있었다. 지금은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은 와병 중이고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완전 해체되는 등 대안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마저 '영어의 몸'이 되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사라졌다.
삼성은 2008년 6월 경영쇄신안 발표 후 전략기획실 소속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을 각각 삼성전자 고문과 삼성전자 상담역으로 발령을 낸다. 이어 이순동, 장충기, 최광해, 최주현, 윤순봉 등 팀장급들을 계열사로 발령을 냈다.
전략기획실 소속 핵심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나 그룹을 떠나지 않았다. 전략기획실 소속 직원 10여 명은 남아 업무지원실로 배치됐다. 결정적으로 사장단회의도 유지됐다. 사장단회의를 사장단협의회로 격상해 주요 사안을 논의했다.
당시 사장단협의회 행정 지원과 창구 역할을 한 게 김종중 업무지원실장(사장)이다. 또 사장단협의회 아래 신사업 추진과 중복사업을 조정하는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뒀다.
투자조정위원회에는 이윤우 부회장, 김순택 사장, 김징완 사장, 이수창 사장, 이상대 사장, 임형구 사장, 고흥식 사장 등 7명의 핵심인사가 참여했다. 브랜드관리위원회는 이순동 사장, 김인 사장, 최지성 사장, 지성하 사장, 김낙회 사장, 박준현 사장 등 6명이 맡았다.
전략기획실 기능을 대부분 사장단 회의로 이관해 업무 기능을 유지했다. 총수 부재를 대체할 이중 삼중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유지한 셈이다. 이 밖에 비서실장 출신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일선에 물러난 이학수 부회장 등이 대내외적으로 맏형 노릇을 했다.
이 같은 비상 시스템을 거쳐 이 회장의 의중이 수뇌부에 간접적으로 전달됐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외풍 속에 삼성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지금 삼성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주요 팀장들은 모두 그룹을 떠났고, 총수인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누워 있다.
총수부재를 메울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시스템도 전무하다. 삼성은 올 초 미전실 해체와 동시에 사장단회의도 폐지했다. 사실상 각 사별 자율 경영체제에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과 창구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외생변수로 인한 경영 위기가 찾아올 경우 이를 통제할 장치가 없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그룹 관장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총수 부재를 대비한 '플랜B'가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경험적으로 주요 사장단은 비상시기에 위기 대응 능력을 체질적으로 터득해왔다"며 "아직까지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 등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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