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 패소로 향후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을 안게 됐다. 과거 소급분은 조 단위 충당금을 적립하면 일회성 비용 지출에 그치지만 한번 상승한 인건비는 추후 임금협상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2011년 제기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31일 내렸다. 법원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원고가 제기한 청구액 중 약 4223억 원을 인정했다.

노조는 상여금과 일비, 중식대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청구기간(2008년~2011년) 동안의 수당을 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요구 가운데 상여금과 중식대가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수당 가운데는 휴일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가산 수당 청구 및 특근수당 추가 청구 등이 인정되지 않았다.

기아차는 이번 판결로 당장 1조 원 안팎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됐다. 이로 인해 3분기 적자전환도 불가피해졌다.

향후 기아차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당초 노조가 주장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모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실질 임금인상률이 20%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과거 노사합의에 의한 교섭 당시 인상률(3~4%)을 5~6배 초과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에서 일비는 통상임금에서 제외됐지만 상여금과 중식대는 포함됐다. 상여금이 차지하는 절대 금액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10% 안팎의 실질 임금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향후 상여금과 중식대 등이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노조와 임금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매출원가로, 일반 사무직 임금은 판관비로 각각 처리된다.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81.7%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7%에서 2%포인트(p) 상승했다. 이로 인해 매출총이익은 12.3% 감소했다. 앞으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원가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결국 영업이익률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상반기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에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기록해야 기업이 존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 감소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악재 영향이 컸다. 기아차는 향후 사드 발 중국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인건비 부담, 영업이익률 하락이라는 추가 부담을 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