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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파장]'항소' 기아차, '신의칙 인정' 다시 총력전중국 사드보복·미국 통상압력 등 경영 악화 입증 관건

박상희 기자공개 2017-08-31 16:11:09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받지 못한 기아자동차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실적 악화 및 재무 부담 가중 등이 판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항소심에서는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2011년 제기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31일 내렸다. 법원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원고가 제기한 청구액 중 약 4223억 원을 인정했다.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칙은 인정되지 않았다.

판결에 따르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노사 임금협상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이로 인해 사측이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기아차의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은 점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에 대한 증거 미제출 △ 전기차 등 향후 투자 적정규모 판단의 어려움 등을 들어 통상임금 판결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아차는 이에 대해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를 통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상여금 등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을 충족하는만큼 통상임금 포함여부보다는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의칙이란 민법 2조 1항이 규정한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라'는 원칙이다.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거나 기업 존립에 위협이 예상될 경우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된다.

법원 판결은 기아차의 재정 및 경영 상태를 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2008년부터 2015년까지로만 판단했다.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을 거둬왔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기아차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최근의 경영 상황은 감안되지 않았다. 기아차가 계속해서 영업이익을 내왔지만 영업이익률은 2011년 8% 수준에서 상반기 3%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상반기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했다. 실적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현재진행형임을 감안하면 추후 경영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로 인해 기아차는 1조 원 안팎의 충당금 적립으로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원은 또 기아차가 최근의 사드 보복 및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기차, 자율주행 등 신기술 도입을 위해 투입해야 할 적정 자금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같은 법원의 지적을 감안해 기아차는 항소심에서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실적 및 경영상황 악화를 수치화하고, 이를 증거자료로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해서 써야 할 자금 지출 계획도 상세하게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상임금 판결은 신의칙 인정 여부를 두고 1심과 2심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기아차가 항소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변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에서 인정한 노조의 청구액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2심 결과가 원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노조 청구금액 1조 926억 원 가운데 법원이 인용한 금액(원리금 기준)은 4223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기아차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자에게 지급한 경영성과급의 총액을 초과할뿐만 아니라 원금 기준(3126억 원)으로는 한해의 성과급 지급액보다도 적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자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1조에 달하더라도 법원이 인용한 금액 자체는 4000억 원대에 그친다"면서 "법원이 인용한 금액 자체가 적어 회사 경영상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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