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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케뱅, 차별화 안되는 여신관리 [인터넷은행 리스크관리 점검]⑦기존 은행과 대동소이, 케이뱅크만 '통신료 납부실적' 활용

안경주 기자공개 2017-09-05 11:30:09

[편집자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편의성과 참신함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며 기존 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과 자본 등에서 아직 불안정한 면도 감지된다. 돌풍의 중심에 선 새내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리스크관리 현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별로 고객의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래서 고객이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은행마다 제시하는 금리가 다르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도 은행은 대출금리를 다르게 적용한다. 이는 은행마다 연체를 하지 않고 대출을 갚을 만한 고객을 솎아내기 위해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초반 공격적으로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은행의 신용평가 방식과 다르게 통신요금 납부 기록, 인터넷쇼핑몰 구매이력 등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 4월 본인가를 받은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서 합리적인 금리로 중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을 보면,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카카오뱅크는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기존 은행보다 많은 25개로 세분화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이스평가정보 등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출 실행에 나섰다. CB사의 신용평가등급이 4등급 이상인 고객에 대해선 SGI서울보증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비교해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나마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의 통신료 납부실적 등을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CB사 기준 같은 등급을 받은 고객이더라도 케이뱅크는 또 다시 1~10등급으로 세분화한 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출은 100건을 실행해도 한두 건만 불량이 발생하면 이익을 낼 수 없다"며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CB사의 정보를 그대로 이용한다면 저축은행·캐피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대출고객을 정확하게 심사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연체를 하지 않을 만한 고객을 솎아낼 수 있고, 적정한 금리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수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은 리스크관리의 첫 단추인 셈이다. 최근 신용대출 고객이 많은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차별성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데 여념이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비교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 많은 인터넷전문은행, 특히 카카오뱅크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에 소홀한 점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리스크관리 기준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2019년 말까지 바젤Ⅲ 적용을 유예받았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표준화된 모형을 쓸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바젤Ⅲ 적용을 유예받아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리스크관리 기준에 부합하지만 1금융권인 은행이 CB사의 정보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은 사실상 여신심사를 포기한 것"이라며 "향후 연체율 등 여신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연체율 등 여신관리 능력을 따지려면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려면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SGI서울보증을 통해 대출 등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차별성 없는 신용평가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카카오뱅크의 경우 오히려 중신용자들에게 기존 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신용한도(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등급별 금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1~2등급 대출금리는 3.08%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반대로 카카오뱅크의 7~8등급 대출금리는 7.50%로,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인 6.98%보다 높았다. SGI서울보증의 보험료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생긴 것은 예비인가 당시부터 준비한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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