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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잠복한 '주주 리스크' 어떻게 조율? [인터넷은행 리스크관리 점검]④주주간 이견 경영상 난제로...다수 주주 '득보다 실' 커질 수도

신수아 기자공개 2017-09-01 10:16:24

[편집자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편의성과 참신함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며 기존 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과 자본 등에서 아직 불안정한 면도 감지된다. 돌풍의 중심에 선 새내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리스크관리 현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0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선풍적인 돌풍 뒤에는 십시일반 자본금을 보탠 주주들이 있다. 현재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주주는 총 19곳이며 2호 카카오뱅크의 주주는 총 9곳이다. 이는 바꿔 말해 은행 경영에 대해 의사를 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이들이 다수라는 의미다. 여전히 '핑크빛' 가능성만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이 제 각각의 셈법을 가진 주주들의 중지를 모으는 일도 리스크의 하나로 평가된다.

실제 최근 케이뱅크의 1000억 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숱한 뒷이야기가 쏟아졌다. 복잡한 주주구성탓에 주주 설득 작업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4월 출범 이후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던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초 신용대출 상품의 일시중단을 선언했다. 유상증자가 윤곽을 드러낸 것은 한 달 여 후, 그리고 실제 납입은 9월 말에서야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우선주' 카드를 꺼내 소액주주의 부담을 감경시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소액주주의 증자부담은 최소 5억 원부터 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의 참여는 여전히 불확실해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5000억 원을 증자한 카카오뱅크 주주들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1대(한국금융주주)·2대 주주(카카오·국민은행) 간 미묘한 줄다리기를 신경쓰는 눈치다.

처음부터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뱅크지만 실상 자금의 대부분은 한국금융지주에서 나왔다. 한국금융지주의 출자금은 초기 출자금 1740억 원과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출연하는 2900억 원, 총 4640억 원 규모다. 인터넷전문은행 미래 가치에 베팅했던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헤게모니를 차후 쉽게 내줄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를 동종 업계의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국민은행의 셈 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향후 수년간 카카오뱅크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동반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경쟁 플랫폼을 보유한 국민은행 입장에서 달가울리 없다.

이처럼 아직 사업 초기에 불과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주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적게는 9개, 많게는 19개 이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주 구성은 자칫 은행을 흔들 수 있는 트리거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주주간의 마찰로 내홍을 겪은 사례는 흔하다. 지난 2006 HK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맞손을 잡았던 MBK파트너스와 현대캐피탈이 8년만에 극적으로 결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HK저축은행의 1대·2대주주였던 현대캐피탈과 MBK파트너스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두고 끝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금융회사 현대캐피탈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의 경영 철학은 간극이 너무 컸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와 현대캐피탈 파견 이사가 각각 사임을 했고, 현대캐피탈은 파견보냈던 CFO와 CRO를 불러들였다. 결국 해당 은행의 대표까지 사표를 던지는 사태에 이르렀다. 주주간 줄다리기 속에서 애꿋은 HK저축은행만 경영진 공백에 위기를 맞아야 했다.

BNK금융지주의 사례도 '판'을 뒤집는 주주의 영향력을 가늠케 해준다. 최근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선정 절차에 돌입했던 BNK금융지주는 2대 주주 롯데그룹의 '한 표'에 당황스런 상황과 마주했다.

그간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롯데그룹이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최종 후보 선정 절차에서 특정 인사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현재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거 절차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견제와 감시의 역할이 부여된 주주의 의사 표시가 가진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종의 '보통주' 투자는 회사의 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받게 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각의 주주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안을 놓고 전혀 다른 셈 법을 제시할 수 있다"며 "때로는 다수의 주주가 '득보다 실'로 작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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