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적자기조 최대 5년..버틸 체력되나 [인터넷은행 리스크관리 점검]⑧자산 건전성·수익구조 보완 과제...RM시스템 제기능이 관건
신수아 기자공개 2017-09-05 11:30:41
[편집자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편의성과 참신함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며 기존 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과 자본 등에서 아직 불안정한 면도 감지된다. 돌풍의 중심에 선 새내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리스크관리 현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상증자 결의로 '급한불'을 끈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 본연의 업무로 빠르게 태세 전환을 준비 중이다. 수 조원 대의 대출여력을 확보했지만 지금과 같은 확장 속도라면 머지 않아 또 다시 자본 확충을 꾀해야만 한다. 한국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평균 흑자전환 소요기간은 5.4년.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버텨야 한다는 계산이다.그러나 사실상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시점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시중은행으로서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자본 확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적자 기조를 버텨낼 수 있는 기초 체력 닦고 오랜 업력을 통해 시중은행이 쌓아 온 건전성 관리 노하우를 이식하는 일이 시급해보인다. 사업 확장 속도를 자본이 뒷받쳐주지 못한다면 은행의 핵심 지표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리크스가 될 수 있다.
오는 9월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마무리된다면 케이뱅크는 1000억 원, 카카오뱅크는 5000억 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게 되고, 자기자본은 각각 3000억 원, 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실탄 부족에 시달리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숨통이 틔였다.
실제 증자를 통해 수 조원 대의 자산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3월 말 기준 국내은행 전체의 평균적인 총자산/자기자본 배율은 12.7배.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를 대입해 두 은행이 증자 후 달성이 가능한 자산을 약 3.9조 원과 9.8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두 은행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각각 0.2%와 0.4%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5%(시중은행 평균)에 맞춘다고 가정할 때 케이뱅크는 1조6000억 원, 카카오뱅크는 4조6000억 원을 추가적으로 대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추세라면 당장 예대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난 27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실행금은 1조 4090억 원, 같은 기간 수신액은 1조9580억 원으로 현재 예대율은 70% 초반대다. 지난 7월 신용대출을 잠정 중단한 케이뱅크의 당시 예대율은 9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대율은 대출금 대비 예금 규모를 산출한 수치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100%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대출 회수 여부에 따라 자칫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예대율은 은행이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구성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은 현재 신용대출로만 구성되어 있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부분의 대출이 마이너스통장 방식이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이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한도 만큼 반드시 지급준비금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충당금은 자산건전성에 따라 은행 이익에서 일부를 덜어내 쌓는 것으로 충당금 적립규모가 클수록 이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은행은 충당금을 덜 쌓아 이익을 더 내려는 유인이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저성장 금융환경에서는 조달보다는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한데, 수신금리를 올리면 쉽게 조달이 가능한 반면 대출은 금리뿐만 아니라 대손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기 때문에 NPL(부실채권)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대마진이 턱없이 적은 구조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예금 이자와 대출 금리 간 차이인 예대마진은 은행의 주 수입원이다. 예금 이자가 낮을 수록, 대출금리가 높을 수록 예대마진은 높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기조는 이와 정 반대다. 두 은행이 수년간 흑자기조에 진입하지 못하면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기자본은 계속 잠식될 수 있다.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적자 기조 속에서 자산 건전성 관리하고 수익성을 점차 확보할 수 있을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네가지 영역에 대해 특정 계량 지표를 통해 은행의 경영실태를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다각도의 리스크관리(RM) 시스템을 증명해 보여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리스크 관리 실무 조직이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케이뱅크의 지배구조 공시를 통해 일부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케이뱅크의 이사회는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그리고 위험관리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위험관리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위험관리위원회는 3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조기구로 하위에 3인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위험관리팀을 두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경우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그리고 리스크관리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케이뱅크의 위험관리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리스크관리위원회로 산하에 7명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부가 있는 구조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3~4인 규모의 실무팀을 토대로 리스크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관련법상 시중은행과 유사한 조직체계는 갖추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리스크 관리 실무 능력이 아직 검증되어 있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향후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앞으로 집중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중금리 대출시장은 국내 금융권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을 만큼 리스크가 높은 시장이다.
다만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반기 예정되어 있는 추가 상품 출시를 통해 대출 자산의 리밸런싱을 꾀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수료 기반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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