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동화약품, 3000억 매출 기반 닦았다 [중소형제약사 지각변동]①5년 만에 턴어라운드...코프로모션·OTC 마케팅 확대
이윤재 기자공개 2017-09-15 08:34:07
[편집자주]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업계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단단하던 상위제약사 카르텔이 붕괴되고, 중견 제약사들이 세를 불린다. 기회를 잡지 못한 중견사들은 끝없이 추락한다. 약가 인하 5년간 제약사들의 변화와 전략 등을 점검해 향후 제약업계 판도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화약품이 최장수 제약사 타이틀에 걸맞는 위상 찾기에 나서고 있다. 동화약품은 일괄 약가 인하로 지난 5년간 암흑기를 지냈으나 이젠 매출액 3000억 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동화약품은 1897년 민강 선생이 동화약방이란 명칭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 제약사다. 부채표란 상표를 등록하고 활명수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회사가 어려워져 1937년 5대 사장인 윤창식 선생이 동화약품을 인수했다. 윤창식 오너 일가가 경영을 이어 오고 있으며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3세 윤도준 회장이 2008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 약가인하 후 5년만에 턴어라운드
동화약품은 17년 전인 2000년 매출액 1264억 원으로 업계 7위를 차지했다. 걸출한 일반의약품(OTC)인 활명수, 후시딘 덕분이다. 순조롭게 외형을 불려가며 당시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았다. 3세 윤 회장 체제 이후에도 이같은 성장세는 계속됐다. 2010년 매출액 2000억 원대 고지를 넘고, 2011년 2346억 원으로 최고 매출을 냈다.
2012년 제약업계에는 일괄 약가인하 조치가 내려졌다. 제약사들은 저마다 실적에 비상이 걸렸고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했다. OTC 비중이 높았던 동화약품은 약가인하 조치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였다. 동화약품은 매출액 2200억 원대 안팎을 유지했다. 까스활명수가 461억 원, 후시딘이 168억 원, 판콜 131억 원 등 OTC 삼총사가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수익성이 급감했다. 약가인하와 함께 리베이트 의혹까지 겹쳐 겨우 100억 원대 고지에 올려놓은 전문의약품(ETC) 리딩품목들이 고꾸라졌다. 2013년 영업이익률은 1% 미만까지 주저 앉았다.
길었던 암흑기는 5년 만에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 동화약품은 영업이익 113억 원으로 2012년 이후 다시 100억 원대를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9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에 근접했다. 이기간 매출액 성장률도 4.8%로 연간 2500억 원대 매출액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오랜 업력과 비교해 현재 매출액 기준 제약업계 순위는 중간 수준이다"며 "매출액 3000억 원대에 진입한다면 다시 상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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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C 코프로모션으로 돌파구…OTC 타깃층 늘려 수익성 보완
동화약품의 턴어라운드 원동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먼저 약점이었던 ETC 부문은 코프로모션을 돌파구로 삼았다. 그간 5개 품목을 코프로모션한 GSK와는 올 10월부터 10개 품목으로 늘려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GSK 제품으로만 연간 500억 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약품은 올 4월 사노피로부터 플라빅스의 의원급 유통판매를 맡고 있다. 플라빅스는 지난해 처방액 643억 원으로 전체 처방약 중 6위를 차지한 약물이다. 플라빅스의 종합병원과 의원 비중을 감안하면 동화약품은 200억 원대 매출을 가져갈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ETC부문에서 코프로모션 확대는 수익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저마다 코프로모션에 뛰어들면서 유통 마진을 두고 경쟁이 격화된 상태다. 코프로모션 비중이 높은 일부 제약사들 중에선 영업이익률이 5%도 못 미치는 곳들이 있을 정도다.
동화약품은 강점인 OTC를 키워 수익성을 보완하는 양상이다. 장수제품 이미지가 강한 OTC들이 마케팅을 강화해 젊은 층으로 타깃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대표 제품인 활명수는 미인활명수, 꼬마활명수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했다. 후시딘과 판콜도 옥외광고, 콜라보레이션을 늘리며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활명수가 올린 매출액은 600억 원에 육박한다. 후시딘과 판콜도 각각 2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대표 품목 3총사가 연간 1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지난 2011년 시장에 선보인 잇몸치료제 '잇치'도 100억 원대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ETC에서 100억 원을 넘는 매출을 내면 블록버스터로 지칭한다"며 "이를 OTC에도 대입하면 동화약품은 4개의 블록버스터를 갖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OTC의 성장은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코프로모션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약화도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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