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3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에 나선 사모투자펀드(PEF) 등 인수자에게 대출자금을 공급하는 인수금융시장에서 투자은행(IB)들 사이의 신경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늘면서 유동성은 풍부해지고 있는 반면 딜은 줄면서 금융사간 대출 주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과거 시중은행들이 거의 독식했던 인수금융시장은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사업자로 변신한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주선 시장에 참여하면서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연 7~8%에 달하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4~5%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용도가 높은 일부 기업 M&A에선 3%대 금리의 대출이 시행되기도 한다.
5년짜리 대출 집행 후 3년쯤 후에야 진행되던 차환(리파이낸싱) 거래 기간도 최근엔 1년 정도로 급격히 짧아지는 추세다. 차환시 당초보다 대출 규모가 몇 천억 원씩 늘어나는 점도 요즘 인수금융시장의 눈에 띄는 특징이다.
자금을 빌려쓰는 PEF 등 차주 입장에선 이 같은 시장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투자기업의 지분을 팔지 않고도 1~2년 정도면 저금리의 차입금을 활용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고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수 십~수 백%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니 이만한 호시절도 없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이 시장엔 묵시적인 룰이 존재했다. 대출을 처음 담당한 주관사의 선점권을 차주와 금융사들이 모두 존중해 리파이낸싱 딜에서도 대부분 주선권을 인정해줬다. 차환 기간도 3년 룰이 유지됐고 대출 증액도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다.
이젠 모두 '옛일'이다. 지금은 차주를 잡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무한경쟁시대다. 더 낮은 금리, 더 좋은 금융조건을 제시해 1년여 만에 주관사 타이틀을 서로 뺏고 뺏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시장에 이렇듯 살풍경이 벌어지다 보니 '국부유출' 논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 거의 기여하는 바가 없는 외국계 PE에게 저금리 대규모 대출을 지원하는 금융사들이 적지않게 생기면서 업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자성론'이다.
물론 이를 이유로 외국계 PE와 국내 PE를 차별 대우하라는 반시장경제적인 주장을 펼칠 생각은 없다. 다만 오랜 기간 해외 자본의 '놀이터'란 평가를 받아 온 국내 자본시장이 다시 같은 오명을 얻는 일에 대해선 시장 참여자들의 재고를 주문하고 싶다.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시장의 파이를 스스로 줄이는 행동은 훗날 자신은 물론 업계 전체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최소한의 '룰'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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