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09일 08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 증권회사는 주식 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 이벤트를 벌였다. 증권회사의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는 주식 중개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최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운영하는 은행들은 손실이 발생한 계좌에 대해 일임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예금상품이 아닌데도 관리비용을 포함한 계좌의 평가금액이 투자원금을 밑돌면 보수를 받지 않는다. 예금처럼 원금을 까먹지 않으면서도 수익금이 발생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 하다.
본래 투자일임 서비스는 은행의 고유 업무는 아니다. 은행업무가 아님에도 정부는 지난해 법률을 고쳐서 은행에도 투자일임 업무를 허용했다.
투자일임이란 투자자 본인 소유의 금융투자상품 운용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전문가가 고객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처분하기 때문에 고객은 서비스 이용에 따르는 보수(報酬)를 지급한다.
은행의 ISA 일임 보수 면제 결정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내년 중도 인출 허용과 비과세 한도 확대(200만 원→300 만원)와 맞물려 ISA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은행의 일임 보수 면제 결정에 대한 우려도 크다. 먼저 '투자의 결과는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금융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투자일임은 가뜩이나 분쟁이 잦다. 분쟁의 대부분은 손실보전에 대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일임형 ISA의 보수 면제가 원칙적으로 손실의 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렇다고 해도 판매 과정에서의 설명 소홀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투자 손실의 책임을 투자일임업자가 떠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다 직접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증권회사의 일임형 ISA에 가입한 고객이 은행과 동일하게 약관변경을 요청할 경우다. 똑같은 일임형 ISA에 가입했는데 가입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보수 체계를 강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일임형 ISA와 동일한 투자일임 서비스인 증권회사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가입 고객과의 형평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일임형 ISA에 편입되는 상품은 대부분 펀드다. 펀드 운용 결과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펀드의 판매보수나 펀드매니저에게 지급하는 운용보수를 면제해주는 경우는 없다.
더 큰 차원에서 보자면 은행권이 자산관리 시장을 키우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투자일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수를 면제해준다면 투자자문 서비스의 대가는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ISA 일임 보수 면제가 당장은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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