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6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보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비춰졌던 '참을 수 없는 미국 대통령의 가벼움'이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인간의 존엄에 근거한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로부터 파생된 번영의 가치를 공유하는 명연설이었다는 일반의 평가에 동의한다.
연설 가운데 묘사된 북한의 비참한 인권상황은 우리도 잘 알지 못하는 디테일을 담고 있어 놀라움을 더했다. 이 장문의 명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신념과 반하는 내용이 있었다면 얼마든 수정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그동안 자유무역과 프론티어 정신을 추구했던 글로벌 리딩국가로서의 미국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새로운 이민자의 입국이 까다로워지고 회색지대에 놓인 불법체류자는 미국을 떠나도록 종용 받았다. 드넓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9미터짜리 장벽을 세우려는 정책시도는 반대편에서 자유무역의 가치를 역설하는 중국지도자와 대비되어 보는 이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미국은 안보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이념을 추구하고 있는 국가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FTA 폐기, 보호무역 회귀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기저에 숨어 있는 논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유엔 인간개발 보고서의 연구결과가 풀어준다.
2017년 발간된 유엔 인간개발 보고서(UN- Human Development Report) 에서는 향후 2030년까지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로 '불평등'의 심화를 꼽았다. 지난 2000년 인구의 1%가 차지하는 부의 규모가 32%였는데 2016년에는 50%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2030년까지 더욱 심화되어 전체 사회 안정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무인화의 진행은 이런 논리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중산층 이하 미국 다수 유권자의 의지가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자신들을 지지해 준 유권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넘어 미래의 사회적 안정을 위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선택된 것이 재정정책, 보호무역, 부의 재분배(기본소득)정책이다. 이 세가지는 임금의 인플레이션을 추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관세가 없는 FTA하에서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할 수 없다. 따라서 관세부과를 통해 미국 내 생산을 돕고 신규 이민자를 제한함으로써 기존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논리를 들여다 보면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 정책을 단순히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 또는 자유무역을 거스르는 퇴행적 정책으로 단정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셰일가스의 부흥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 리쇼어링(제조업부흥) 정책으로 스니커즈부터 첨단 전기차까지 자국에서 생산하는 나라, 4차 산업혁명의 리딩기업을 보유한 미국이 이제 보호무역 카드를 손에 들고 고민 중이다.
강대국 흥망의 역사를 분석하고 그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이 고민하고 있는 이 새로운 환경 하에서 미국 외 다른 세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제조업의 미국현지 진출과 금융투자의 글로벌화는 중장기적 큰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남긴 명연설은 우리에게 과거보다 훨씬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생명보험 변액보험운용실장
미래에셋생명보험 증권운용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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