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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현대重 유상증자의 차이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8-01-03 10:18:35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2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최근 연이어 조 단위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번 대규모 자본 확충은 양사가 2016년 6월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경영 개선 계획과는 별도로 이뤄지는 자구 노력이다.

시장이 받은 충격은 상당한 듯 하다. 특히 지난 1년 반 동안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을 단행하며 경영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조 단위 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에 주목한다. 이는 두 조선사가 실제로 느끼는 위기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에서 양사의 증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달라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증자 발표와 동시에 시장에 제시한 청사진과 대응이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현대로보틱스)는 '120% 초과 청약'을 공표하며 자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은 증자로 마련한 자금 중 8000억~9000억 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차입 경영'을 기반으로 향후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증자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차입금 상환, 금융권 여신 축소 대응 등의 자구 계획이 시장에서 믿음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 출자금인 3000억~4000억 원은 분기에만 15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대주주 참여를 전제로 주주배정 증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2016년 11월 1조 1400억 원의 증자를 단행했을 때 삼성전자가 약 2000억 원을 지원한 전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청약 직전에 공식적으로 증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증자는 2016년과 상황이 다르다. 1년 만에 재차 이뤄지는 조 단위 자본 확충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증자 발표 후 7000원까지 급락한 주가도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증자에 사활을 걸었다. 새로 교체된 경영진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원활한 증자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청사진 제시를 통해 시장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가 확실한 지원을 밝히는 순간 시장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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