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03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신한 구조로 펀드를 제안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기존에 찾아볼 수 없는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를 발굴하는 것이 저희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지난해 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찾은 신생 벤처캐피탈 임원은 벤처투자 담당 실무자의 '오픈 마인드'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LP(출자자)와 GP(운용사)의 역학관계상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자리였지만 의외의 환대 덕분에 성장사다리펀드 출자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품게 됐다는 후문이다.
단순히 실무자 차원의 '립 서비스'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한 팔로우온 펀드 출자사업에서 성장금융이 내린 결정은 벤처캐피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운용사로 선정된 3곳 모두 존재감이 크지 않은 곳들이었다. 스타셋인베스트먼트와 퀀텀벤처스코리아는 아직까지 한 번도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본 적 없는 새내기 벤처캐피탈이었다.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또한 세간에는 콘텐츠 전문 투자회사로 인식돼 왔다. 컨소시엄 형태의 지원도, 아직까지는 생소한 창업·벤처 전문 PEF를 투자 기구로 활용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팔로우온 펀드는 한 번도 성장사다리펀드 출자를 받지 않은 곳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루키 리그' 성격을 띠는 출자사업이긴 했다. 그렇지만 법인을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사들에게 팔로우온 펀드를 맡길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정책 자금이 아닌 금융회사들의 출자금으로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 특성상 신생 벤처캐피탈을 지원하기 위한 출자사업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성장금융은 개별 운용사들의 업력이나 이름값보다는 운용 전략과 구성원들의 역량에 주목했다. 펀드 콘셉트가 참신함과 동시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들에게 팔로우온 펀드를 맡겼다. 위험 요인 회피에만 주력하기보다 시장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팔로우온 펀드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성장금융이 나타낸 행보에 대한 벤처캐피탈 업계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다양한 GP를 통해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투자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다.
성장금융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쉽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팔로우온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7~8년 뒤 성장금융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장금융이 보여준 열정에 비추어볼 때 변화의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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