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MB와의 묘한 인연 '두번째 위기' [전환기 엔지니어링업④]4대강 사업 여파, SOC 발주 급감…영업적자·부채 증가
이상균 기자공개 2018-01-08 08:35:42
[편집자주]
엔지니어링은 기술 기반의 설계 산업이다. 본격적인 건설 공사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산업이지만 정작 건설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드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벨이 베일에 가려졌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3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명기술공단(이하 동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과 묘한 인연이 이어져왔다. 신동수 회장이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던 1960년대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 MB가 서울시장에 재직하던 시절, 야심차게 추진하던 청계천 복원사업에 참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위기에 직면한 것은 MB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4대강 사업을 제외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감소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청계천 복원사업 참여
신 회장이 MB와 인연을 맺은 건 1968년 서울대교 건설 현장에서다. 현장소장을 맡아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이 공기단축을 강요하면서 굴착용 크레인을 최대한 배정 받기 위해 본사 중장비 담당 과장과 입씨름을 벌여야 했다. 당시 담당 과장은 27세의 MB였다.
신 회장은 "중장비를 담당하다 보면 힘 있는 소장들의 기세에 눌려 그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지만 MB는 그렇지 않았다. 공정하게 중장비를 배분했고 일부 소장들의 중장비 독점을 막기 위해 사용료를 책정했다. 10년 후 현대건설 사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열정과 꿈이 큰 대단한 분이었다"고 회고한다.
40여년이 흐른 뒤 서울시장이 된 MB와 다시 재회가 이뤄졌다. 2002년 청계천 복원사업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2003년 청계천 복원3공구 실시설계에 참여했다. 당시 사업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서울사랑시민상 환경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MB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지만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MB 캠프는 청계천 복원 사업 가능성을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에게 맡겼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 때 동명이 이 정보를 입수하고 MB와 접촉해 타당성 조사를 맡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사업 성공 이후 홍콩정부가 발주한 YLTN천 기술자문을 맡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부채비율 300%까지 치솟아
1998년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이후 업계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1000명이 넘던 인력 규모는 800명으로 줄었고 상당수 조직이 통폐합 이후 축소됐다. 2000년 매출액은 434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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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동명의 기운이 다했다'며 비정한 평가가 나왔지만 그렇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IT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 책임경영이 자리 잡으면서 실적도 바닥을 찍고 회복하기 시작했다. 2001년 매출액 500억 원대를 돌파한 이후 2008년 1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2010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300억 원을 기록했다.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MB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평생의 숙원인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 강점을 지니고 있던 도로와 교량 등 나머지 SOC 사업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실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으로 1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매출액이 1000억 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2013년 이후에는 매출액 1000억 원을 다시 돌파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난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할 급여 마련이 쉽지 않자 외부에서 자금을 대거 차입했다.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2010년 41.3%에 불과했지만 2011년 134.2%, 2012년 282.7%까지 증가했다. 2016년에는 311.3%로 다시 높아졌다. 여전히 30억 원의 단기차입금과 120억 원의 장기차입금이 남아있다.
동명 관계자는 "2011~2013년 상위권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도산하는 등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부 업체들은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값비싼 수업료만 지불하고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상환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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