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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인베 폐업'…공공주도 VC의 실패 설립 당시부터 1년짜리 단기 사업…부처간 협조도 실패

정강훈 기자공개 2018-01-15 07:58:54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1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공기술 사업화를 위해 출범한 벤처캐피탈이 설립 1년만에 허무하게 문을 닫았다. 한국과학기술지주(KST)의 자회사 KST인베스트먼트는 정부 및 공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주도한 벤처캐피탈 설립의 실패사례로 남게 됐다.

KST인베스트먼트의 모기업인 한국과학기술지주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17곳이 공동 출자해 세운 기술지주회사다. 공공기술 이전과 연계한 인큐베이팅, 투자 및 성장지원, 기술사업화펀드 출자 및 운용 등 다양한 기술사업화 전략을 위해 2013년에 출범했다.

관련 업계에서 한국과학기술지주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초대 대표였던 조남훈 전 대표이사는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 대덕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이다.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잘 활용해 한국과학기술지주를 잘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산하기관들은 공공기술 사업화를 위한 벤처펀드를 여러차례 만들어 위탁운용을 해왔고 운용 성과도 좋았다. 한국과학기술지주와 관련 기관들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 공공기술 사업화에 투자할만한 전문적인 벤처캐피탈 설립을 구상했다. 그 결과물이 KST인베스트먼트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정부·공공기관 주도의 벤처캐피탈 설립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공적자금들은 재원을 공급하는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 공정성 시비 등의 문제를 막기위해 실질적인 투자 심사는 민간기관인 벤처캐피탈에 위탁한 구조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산하기관이 세운 벤처캐피탈에 예산을 지원한다면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과기부 산하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공공기술사업화 펀드를 꾸준히 만들었지만 정작 KST인베스트먼트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특허청이 출자하는 모태펀드 특허계정에 계속해서 도전했고, 번번이 낙방했다. 과기부 등과 특허청이 펀드 결성과 관련해 논의를 하기도 했으나 특허청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과기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모양새를 두고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 등 관계기관 내부적으로도 벤처캐피탈 운영에 대한 의지가 희박했다. 출범 당시부터 1년 안에 펀드를 못 만들면 회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민간 기업들의 경우 최소 3~4년은 적자를 각오하고 시작하는 것과 대비된다. 결국 KST인베스트먼트는 트랙레코드를 쌓을 준비기간도 없이 계속 출자사업에만 매달려야만 했다.

종합해보면 KST인베스트먼트의 상위 기관들은 벤처캐피탈 운영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확고한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목적만 앞세우기엔 벤처캐피탈 시장의 진입 장벽이 제법 높았다. 결국 별다른 실익없이 예산이 낭비되고 실무진들의 입장만 애매해진 '실패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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