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자동화설비업체 톱텍 인수 왜 철회했나 루머로 가격 급등해 부담…'시너지 불확실' 문제도 제기
이경주 기자공개 2018-01-18 07:52:47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자동화 설비업체 톱텍 인수를 검토하다 돌연 철회했다. 인수 루머가 떠돌면서 톱텍 주가가 급등한 점이 부담 요인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SK그룹과 톱텍의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손꼽힌다. 톱텍은 SK그룹은 육성중인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표면적으로 어울리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부터 인수설 루머…가격 급등, 지분 46%에 5800억
SK텔레콤은 17일 톱텍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으로 "톱텍 지분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으나 하루 만에 부인 공시를 했다.
SK텔레콤은 톱텍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고평가된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이 톱텍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지난해부터 퍼졌었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작년 가을부터 인수설이 떠돌아 관련 정보 파악에 나섰었다"며 "이후 톱텍 주가가 올라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톱텍 주가는 지난해 10월 경 2만6000~2만7000원 수준이었으나 이달 15일 3만2000원으로 뛰었다. 인수 보도가 난 16일에는 종가가 3만4950원으로 치솟았다.
SK텔레콤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톱텍은 최대주주 일가 지분 46.1%를 매물로 내놓았다. 이재환 회장 지분 29.94%, 방인복 사장 9.12%, 이 회장의 부인 김경분씨 7% 등이다. 16일 종가 기준으론 가치가 총 5808억 원에 달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톱텍 주가가 실제보다 고평가 됐다는 내부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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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텍, 디스플레이로 1조 매출…반도체 경험 無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SK그룹과의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톱텍은 물류자동화(FA) 설비 전문기업으로 SK그룹은 육성중인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큰 틀에서 어울린다. 하지만 톱텍 전문영역이 디스플레이 장비라 SK그룹에 당장 활용할 곳이 없다.
1992년 설립된 톱텍은 공장 물류자동화 설비(FA, Factory Automation) 전문기업이다. FA사업 영역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이다. 톱텍의 현재 매출 대부분은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에서 나온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다.
톱텍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1조158억 원으로 설립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문턱을 넘었다. 이 역시 디스플레이 사업 덕분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 원 규모의 디스플레이용 FA장비 발주를 낸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작년 대규모증설(A3공장)을 단행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실적은 삼성디스플레이 A3공장 증설에 따라 글래스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접합하는 장비 등 수주가 급증한 결과"라며 "톱텍은 SK그룹이 인수할 경우 반도체용 장비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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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인수검토 초기엔 톱텍을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톱텍이 SK하이닉스에 반도체용 FA장비를, SK이노베이션에 2차전지용을 납품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톱텍이 반도체 장비 경험은 없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형공장 납품경험이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에도 납품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장기적으론 중국 홍하이그룹에도 디스플레이용 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도 봤다. SK와 홍항이그룹은 전략적 관계에 있다. 홍하이그룹이 2014년 (주)SK(당시 SK C%C) 지분을 매입해 4대주주(3.48%)로 올라서며 동업 관계를 맺었다. 홍하이그룹은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를 인수한 후 패널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에 8조 원 규모의 TV와 스마트폰용 패널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이 톱텍을 인수할 경우 홍하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장비도 납품처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홍하이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납품은 SK그룹이 검토과정에서 실제 가능성을 따졌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 디스플레이 거래 확대도, 반도체 신규 수주도 어려워
톱텍이 홍하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장비를 납품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궈타이밍 홍하이 회장은 반한·반삼성 성향으로 유명하다. 공식선상에서 공공연히 타도 삼성을 외쳐왔다. 샤프를 인수한 후엔 삼성전자에 TV용 패널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톱텍이 홍하이와 거래를 할 경우 현 최대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를 끊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톱텍의 최신 디스플레이용 FA장비 공정 특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톱텍이 단독결정으로 홍하이 공급을 추진하기 어렵다.
반도체용 FA장비도 SK하이닉스에 단기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톱텍이 강점이 있는 디스플레이용 장비와 반도체용 장비가 구조가 틀리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2미터가 넘는 디스플레이와 조그만 웨이퍼(반도체 재료)를 옮기는 장비는 구조부터 다르다"며 "톱텍이 반도체 장비 기술력도 확보했다면 진작에 삼성전자에도 납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톱텍 인수에 대한 확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보도가 나오고 톱텍 가격까지 또 다시 치솟자 딜을 접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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