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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분할매각 제안한 속내는 [대우건설 M&A]산은 울타리 벗어난 후 리스크 축소 + 산은, 회수금 극대화 '상호 윈윈'

이상균 기자공개 2018-01-19 08:42:42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8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이 제안한 대우건설 분할 매각안이 받아들여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반건설이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은행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대우건설의 연착륙을 고려한 제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리스크 공유를 원하는 호반건설과 매각 이익 극대화를 원하는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산은 차입금 5293억 + 신용리스크 '해소'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신용등급이 무디스 Aa2(안정적),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AA(안정적), 피치(Fitch) AA-(안정적)이다. 우리나라 신용등급과 동일한 등급으로 국내 금융기관 중 최고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금채는 사실상 국채 성격을 지닌다. 지난 8년간 산업은행 우산 아래 있었던 대우건설도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지난 7년간 주택분양 실적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택사업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은행의 우산아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영세한 시행사를 대신해 PF 대출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제공한다. 이때 PF 대출 금리 수준은 사업장의 분양 전망과 시공사의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때 산업은행의 존재가 부각된다"며 "기관투자가들은 내심 대우건설에 디폴트가 발생해도 산업은행이 뒤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사업과 하남시 도시개발사업 등 대우건설이 시공과 시행을 맡은 인프라 사업에 산업은행이 대주단으로 참여한 경우도 다수다.

산업은행이 PF 대출 과정에서 그림자 같은 조연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자금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건설에 빌려준 대출금이 5293억 원에 달한다. 2분기(7083억 원)보다 1790억 원 줄어들긴 했지만 대우건설 입장에선 여전히 최대 차입처다. 신용장개설, 당좌차월, 어음할인 및 단기회전대출 약정 등도 맺고 있다.

◇산은, 대우건설 투자금 회수 '극대화'

대우건설이 산업은행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산업은행에서 빌린 5000억 원이 넘는 차입금 상환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462억 원이다. 넉넉해 보이지만 산업은행 차입금을 제외할 경우 3000억 원대로 줄어든다. 2016년 대우건설 전 직원 급여(1687억 원)의 2년 치에 불과하다.

대우건설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사 신용등급은 A-로 3년 민평금리는 5.016%다. 국채대비 스프레드가 3.331%나 된다. 동일등급대비 스프레드(1.6%)와 비교하면 1.7%포인트 이상 높다. 대우건설이 동일등급 기업에 비해 신용 리스크가 높다는 얘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호반건설로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대우건설 인수 이후 호반건설의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호반건설로 바뀌면서 채권 스프레드가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호반건설의 신용등급은 A-로 산업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 3대 신용평가사 중 한국신용평가에서만 평정을 받은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자금조달과 상환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밖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아직 신용평가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분할매각과 함께 산업은행에 지분 10.74%를 남기고 공동경영을 요구한 것은 이 같은 대우건설의 경영악화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 압박과 자금조달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공동경영을 통해 대우건설 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금 회수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경영권을 매각한 이후 창업자가 남아 수년간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산업은행 입장에서 3~4년 뒤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성공적인 공동경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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