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25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벤처투자가 2014년 조성한 CD 1호 펀드는 특이한 점이 많았다. 일단 펀드 이름부터가 달랐다. 삼성벤처투자의 영문 약자 SVIC에 연번을 붙여 명명한 다른 펀드와 달리 '창조경제'와 '대구'의 영문 이니셜을 따왔다.삼성벤처투자가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명분을 앞세워 펀드를 만든 것도 이례적이었다. 삼성벤처투자 펀드에 삼성 계열사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자(LP)로 참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인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로서 정체성과 거리가 있는 행보다.
CD 1호 펀드 탄생의 배경에는 정치적 고려 사항들이 많았다. 전 정권이 창조경제 융성 목적으로 출범시킨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만 놓고 본다면 CD 1호 펀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삼성이 운영하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CD 1호 펀드는 내실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큰 창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벤처투자는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대구와 경북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언제부터인가 CD 1호 펀드를 자신들이 계속 운용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수가 많아질수록 사후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게 한 원인이다. 또 전 세계를 상대로 전략적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게 본업인 삼성벤처투자 운용인력들이 대구 지역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벤처투자는 결단을 내렸다.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인라이트벤처스로 CD 1호 펀드 운용 권한을 넘기기로 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CD 1호 펀드를 이관받기에 앞서 대구·경북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창업 펀드를 조성한 경력이 있는 하우스였다.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됐고, 가장 먼저 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집행할 정도로 실력이 검증된 곳이다.
물론 우려도 있었다. 여전히 삼성이 운영하게 될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미 삼성벤처투자 시절 투자를 받은 기업들 사이에서는 전보다 못한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벤처투자는 마무리가 깔끔했다. 삼성벤처투자 자신들은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던 대부분의 지원을 CD 1호 펀드 운용사 변경과 무관하게 지속키로 했다.
CD 1호 펀드 운용사 변경은 대기업이 씨앗을 뿌린 창업보육사업을 지역 벤처 생태계로 원활하게 이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중소 벤처기업과 상생 모델을 찾느라 분주한 이 때 삼성벤처투자 사례를 벤치마킹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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