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IPO, 회계감리 여파에 촉각 R&D비용, 무형자산 처리 일부 제동…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이성규 기자공개 2018-02-01 14:25:04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0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회계감리에 나서자 관련 업종 기업공개(IPO)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자산가치도 낮아질 수 있다. 설령 회계 기준이 변경되지 않더라도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슈가 부각된 것만으로도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반면,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책정된 만큼 우려할 만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업종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당장 이전 상장 등을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요예측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R&D비용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2016년 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55%(83개사)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 업계 총자산 대비 개발비 비중은 4%로 여타 업종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 충족시 R&D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임상 전부터 지출을 자산화하는 등 지나친 회계처리 관행이 지적돼 왔다.
특히 도이치방크가 셀트리온의 회계처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논란은 극대화됐다. 임상시험 중인 파이프라인의 R&D비용은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실적은 적자 상태라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 트룩시마 등은 상용화에 이어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며 "자산가치를 증명해 보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IB업계는 이번 논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된 만큼 작은 충격에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치는 주관적 평가지만 회계 처리 기준이 변경되는 것은 가치의 일부가 객관화되는 것"이라며 "투자자도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요예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구바이오제약, 엔지켐생명과학(코스닥 이전 상장) 등은 내달 상장을 위한 공모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회계 감리 여파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IB관계자는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며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신평업계는 회계기준 변경 가능성에 따른 우려를 나타냈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기업 평가시 수익성에 중점을 두지만 벤처나 스타트업의 경우 자산가치 '가능성'을 중요시 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회계기준이 변경될 경우 자금조달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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