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입법화, 국회서도 '진통' 겪을 듯 거래소 합법화·입법 방식 놓고 의원별로 세부내용 달라
안경주 기자공개 2018-02-21 15:53:2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9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신원확인, 자금세탁 방지, 과세 등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두고서 법안을 발의한 의원마다 제 각각이다.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은 총 세 가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거래소 인가제를 실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가와 투자자 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와 거래소 등록, 이용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암호화폐 관련 법안 발의를 예고한 의원도 적지 않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에 관련 법안 발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암화화폐 관련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페 관련 법안은 큰 틀에서 화폐를 취급하는 업을 정의해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에 편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 하지만 법안별로 세부방안에 대한 차이가 있어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를 어떻게 합법화해 제도권에 편입 시키느냐다. 정병국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박용진·정태욱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등록제는 일정 기준의 자격요건만 갖추면 결격사유가 없는 한 누구나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이 가능하다. 등록제로 운영되는 전자결제대행업(PG)과 비슷하다. 정병국 의원은 △1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타당하고 건전한 사업계획 △사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인력과 전산설비 등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인가제는 일정 기준의 자격요건을 갖추면서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을 할 수 있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은행·증권·보험업 등이 대표적인 인가제 사업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는 일본식 모델을,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는 미국식 모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등록제로 법안이 만들어지면 암호화폐 거래소가 수십개 나올 수 있고, 인가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6년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한 뒤 지금까지 30여개 이상의 거래소가 등록됐다. 반면 미국은 지난 4년간 4개의 암호화폐 거래소만 인가해줬다.
앞선 관계자는 "등록제는 최소자본과 설비만 보유하고 있으면 되는 만큼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에 유리하다"며 "업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 보다 인가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새로 법안을 만들 것인지, 기존 법안을 개정할 것인지 등 방법론에서의 이견도 크다. 암호화폐의 특성을 기존 법률의 틀 안에 담아두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측이 있고,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기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정태옥·정병국 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방식으로 법안이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암호화폐의 정의와 법적지위, 이에 따른 과세와 규제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예컨대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를 지급결제수단으로 보고 기존의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규제하고 있다. 엔화와 달러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지불수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지난해 암호화폐 구입에 대한 소비세를 폐지하고 거래 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학계에선 특별법 제정 보다 현행 법령 개정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박선종 숭실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의 성질에 따른 거래 규제에 적합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은 지급거래 규제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본 법률을 활용해 필요한 부분을 개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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