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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하이일드본드 시장 개척 선봉장 2007년 하이닉스 이후 첫 하이일드…엔화 스왑으로 조달 금리 3% 이하로 낮춰

이길용 기자공개 2018-03-02 10:16:09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8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하이일드본드 시장을 개척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이일드본드 시장은 원화채와 외화채 사이의 금리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져 사실상 사장된 시장이었다. 대한항공은 한국물 특유의 우량한 신용도와 개선되고 있는 자체 크레딧 덕분에 투자자들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보유 외화 현금흐름을 활용해 스왑(Swap)을 통해 조달 비용까지 대폭 낮춰 한국물 하이일드본드 시장의 대안을 제시해줬다.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유로본드(RegS) 발행을 선언(annoucne)하고 북빌딩(수요예측)을 시작했다.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최초 제시 금리)는 6.25%로 제시했다. 딜 마감 결과 총 96개 기관이 8억 5200만 달러의 주문을 넣었다. 아시아와 유럽 비중은 각각 92%와 8%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발행 규모를 3억 달러로 확정하고 금리는 5.875%로 결정했다.

이번 딜에서 대한항공은 등급 없이 딜을 진행했다. 유로본드 딜에서는 등급 없이도 딜이 가능하다. 글로벌본드(RegS/144a)에서도 등급 없이 딜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미국 증권법에서 결제 시 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같은 방법으로 딜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대한항공이 이번 딜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았다면 BB급 이하로 평정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물 시장에서 하이일드본드는 지난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이후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하이일드본드 금리가 급등했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원화채와 외화채 사이의 금리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원화채 시장에서 투자 적격 등급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하이일드본드 발행사들은 한국물 시장을 찾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하이일드본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4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계열사 관련 재무부담이 급증하면서 A0이던 신용도는 BBB급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항공 본업이 살아나면서 차입금을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유상증자로 8000억원이 넘는 자본을 확충했으며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조정했다. 2014년 A0에서 하향 조정되기만 하던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최초로 반등한 사례였다. 글로벌 신용도 기준으로는 하이일드본드 수준인 대한항공은 6%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로 선순위 유로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아시아에서 하이일드본드를 가장 활발하게 발행하는 중국계 하이일드본드 발행사들의 평균 발행 금리는 7~8% 수준이다.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AA급까지 등급이 오르면서 우량채권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중국은 2016년 '부정적' 등급 전망이 달리면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가 더욱 높아졌다.

항공사 특유의 낮은 크레딧도 대한항공 하이일드본드가 불티나게 팔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항공업은 특성상 차입이 많고 리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BBB급이 넘는 등급을 받기 힘들다. 싱가포르항공처럼 국가가 지원하는 항공사를 제외하면 A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우스웨스트가 유일하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도 무디스 기준으로 등급이 Ba1에 불과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항공사 채권의 경우 하이일드본드 수준의 크레딧이 많아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보유 외화 현금흐름을 활용해 스왑으로 조달 비용을 대폭 낮췄다. 이번 채권의 금리는 5.875%지만 이를 통화스왑(Cross Currency Interest Rate Swap·CRS)과 이자율스왑(Interest Rate Swap·IRS)을 활용하면 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다.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일본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엔화를 벌어들인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25%에 불과해 달러화 채권의 이자인 5.875%를 엔화 변동금리로 스왑하면 실제 지불하는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스왑을 활용해 조달 비용을 2% 후반대까지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7일 NICE P&I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년물 개별 민평은 6.619%다. 대한항공이 3년물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아 민평 금리가 왜곡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3%대 미만 금리는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A+ 3년물 등급 민평인 3.05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대한항공이 한국물 하이일드본드 시장을 열면서 국내 신용등급 기준 A급 이하 기업들도 한국물 시장에 주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하이일드본드 시장의 절대 금리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 대한항공과 같이 스왑을 통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중국은행국제공고유한회사(BOCI)가 주관했다. 국내 법률 자문사는 법무법인 세종이며 외국계 로펌은 발행사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주관사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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