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2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을 상대로 연일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고강도' 감독권 행사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최 원장은 최근 조직 개편으로 상시 검사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법적 책임을 지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이다.여기에 '상주검사역'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금융회사에 금감원 검사 인력을 상주(常駐)시켜 경영진과 업무를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진 면담, 문서 열람, 전산망 접속 등을 자유롭게 하며 모든 업무를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최 원장은 상주검사역 파견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상시검사팀을 가동시키면서 (금융회사에) 문제가 있으면 상주검사역을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감독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최 원장은 감독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폐지했던 금융사 종합검사를 일부 되살리기로 했고, '투망식 검사'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보여왔던 금감원 감독방식과 다르다.
금감원은 2015년 종합검사를 폐지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등 곪아터진 환부만 메스로 도려내는 선별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훈계하고 개입하는 '담임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기보다 '히든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지향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 원장이 취임한지 불과 반년도 안돼 CEO 승계 프로그램, 채용비리, 지배구조 등 금감원의 별건 검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사 경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금감원의 운영방향은 사라지고 마치 현장검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금융회사들은 벌써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사가 확대되면 금감원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거나 경영권 간섭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최근 몇 개월간 금감원의 행보는 과하다 싶을 정도"라며 "금융권 전체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도를 넘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속단일지 모르지만 최 원장이 감독권과 관련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처럼 보인다. 여태껏 고강도 감독권을 휘두르지 않아 감독을 제대로 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을 떠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감독이나 검사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거나 '감독 만능주의'에 빠지지는 않는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지금이야 말로 '감독 만능주의'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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