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우수인력 '헤쳐모여'...실세는 한화생명 출신 [지배구조 분석] ②자산군별 LDI팀 분리 배치…생명 자금 운용에 전사 집중
서정은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8-03-13 09:44:25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8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의 임원진 면면을 보면 모회사인 한화생명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자금을 굴리거나 전략을 지휘하는 본부에 한화생명 및 계열사 출신들을 대거 앉혀 놓고 있다. 이들을 통해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생명의 관계를 긴밀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인력 뿐 아니라 조직 구성에도 한화생명의 지배력은 그대로 드러난다. 한화생명의 장기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부채연계투자(LDI)' 조직은 본부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이를 더 공고히 했다.
◇ 전문성 강화 위해 '본부 체제' 유지…한화 출신, 핵심 사업 본부 배치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조직은 총 1부문, 10본부로 구성돼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회사 전체 운용총괄(CIO)을 두지 않는 대신 각 본부를 CEO 직속으로 편재했다. 운용총괄을 둘 경우 의사결정을 빠르게할 수 있지만, 본부별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본부는 △에쿼티사업(본부장 박용명) △FI사업(최장원) △솔루션사업(김선녕·김세중) △글로벌FI사업(장지영) △글로벌에쿼티사업(박준흠) △대체투자사업(노철규·배용석) △글로벌PE&이노베이션사업(한우제 전무) △마케팅(이승우) △전략기획(배종진) △리스크관리(소강섭)으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아시아에쿼티운용팀이 글로벌에쿼티사업본부로 격상되면서 현재 대형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PE&이노베이션사업본부의 경우 유일하게 위로 '부문'을 두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조직을 개편해 이 본부를 신설했는데, PE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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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구성을 보면 한화 출신과 비한화 출신의 비중이 5대 7로 분산돼있다. 수치로 보면 외부 인물들이 많지만 핵심 역할을 하는 곳들은 '한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험사 자금을 굴리거나, 전략을 지휘하는 본부가 대표적인 예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글로벌PE&이노베이션사업본부는 한화인베스트먼트 대표 출신인 한우제 전무가 합류해 이끌고 있다.
공동본부장을 두고 있는 솔루션사업본부와 대체투자사업본부는 외부 출신과 한화생명 출신이 각각 1대 1 구도다. 대외적으로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한화생명과의 시너지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세중 본부장과 노철규 본부장은 한화생명에서 각각 증권운용사업과 대체투자사업을 담당한 바 있다.
FI사업본부와 전략기획본부에서도 계열사 인력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FI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장원 본부장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한화생명에서 파트장을 역임했다. 앞서 조직을 이끌었던 임찬익 전 본부장은 한화투자증권 기업금융팀 상무, 강북지역본부장을 거친 계열사 출신이다. 전략기획본부를 맡고 있는 배종진 본부장은 한화투자증권에서 법인영업을 하던 인물이다. 배 본부장 직전 인물은 김현우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한화건설, 한화생명 지원부문장, 인적자원실 사업본부장, 경영기획팀장 등을 거쳤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모회사 및 계열사에서 역할이 두드러졌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한화자산운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과거 계열사 임원이 핵심 인력을 빼간다며 반발해 문제가 된 적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 LDI 조직, 각본부별 배치…한화생명자금 운용효율 극대화
한화자산운용이 LDI 조직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한화생명의 지배력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보통 계열 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운용사는 자금 특성에 맞춰 LDI 본부를 별도로 조직한다. 흥국자산운용, NH-Amundi자산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화자산운용은 다른 운용사와 달리 각 본부 안에 LDI팀을 배치하고 있다. 또 본부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운용총괄(CIO)을 두지 않는 대신 각 본부를 CEO 직속으로 편재하고 있다. 이는 한화생명의 자금 운용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작년말 기준 89조원의 운용자산 중 한화생명의 자산은 66조원(74%)에 달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몇년간 LDI 관련 조직에 힘을 꾸준히 실어왔다. LDI본부에서 솔루션사업본부로, 이후 LDI사업본부에서 각 팀 체제로 다시 전환했다. 한화생명의 영향력에 따라 조직이 쉼없이 바뀐 셈이다.
한화자산운용은 2015년 초 LDI본부를 솔루션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LDI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신규비즈니스(MOM)와 해외 재간접 전략을 전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체제는 한화생명의 자산운용인력을 11명 흡수한 뒤 다시 손질된다.
한화자산운용은 2016년 말 LDI본부를 별도로 조직하고, 한화생명 증권운용사업부장 출신인 김세중 본부장을 LDI본부장으로 영입했다. 58조원대 자금을 이관받으면서 LDI본부를 분리해야할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한화자산운용의 투자일임자산(계약액 기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8조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47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에 21조원이 증가했다. 당시 유입된 한화생명 자금이 일임자산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LDI사업본부를 쪼개 운용 조직 전체에 뿌리내리게 했다. LDI사업본부에 있던 △TAA팀 △국내채권LDI팀 △해외채권LDI팀을 각각 다른본부에 배치한 것이다. TAA팀은 솔루션본부, 국내채권 및 해외채권LDI팀은 FI사업본부와 글로벌FI사업본부로 나눠졌다.
자산 특성을 고려해 앞서 대체투자사업본부에 미리 배치된 대체LDI운용팀까지 더하면 모든 LDI 관련 조직이 팀단위로 쪼개져 재배치됐다. 이에 따라 LDI 관련 업무를 맡는 팀은 총 3곳으로 흩어지게 됐다. 총 세개의 LDI 조직에는 모두 한화생명 출신들이 포진해있다. 한화생명이 계열 운용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이 LDI 조직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한화생명 지배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한화자산운용 전체가 한화생명 자산을 전담 운용하기 위한 조직으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LDI 관련 팀을 각 본부 산하로 배치했다"며 "LDI를 각 자산에 맞게 배분해 효율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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