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7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 수장으로 정영채 대표가 내정되면서 초대형 IB 간 격전 양상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취임 초기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정 신임 사장 내정자로서는 IB사업부 내 유일하게 경쟁사에 다소 밀리던 부채자본시장(DCM) 입지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DCM 부문은 약점임과 동시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릴 기회의 영역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선택과 집중에 따라 접었던 DCM 강화에 나서면, 당장 이 부분 최강자이자 ECM 확장에 나선 KB증권과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KB증권뿐만 아니라 대형 증권사 전반의 경쟁 격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조원의 압도적 자기자본을 갖춘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맞추기 위해 커버리지 확장 등 IB 수익 제고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입지 수성과 확장을 위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IB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삼성증권 역시 사정이 급한 건 마찬가지다.

◇ 리그테이블 강화, 취약 DCM 점유율 확대 불가피

NH투자증권은 이달 6일 임추위를 통해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를 차기 사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오전 이사회에서 정 대표의 선임을 의결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 임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당장 정 사장 내정으로 그의 주무대였던 IB 사업부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IB 내 5개 사업부는 공히 업계 선두권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DCM 파트에서만큼은 수년간 힘을 빼 왔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략적 판단도 있었지만 결과는 경쟁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저조했다.


실제 NH투자증권 IB는 기업공개, 유상증자, 메자닌(Mezzanine) 등은 물론 인수금융, 부동산금융, 지배구조개선 등 전 부분에서 최강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반면 DCM에서는 대부분 실적이 떨어졌고 올해 더욱 두드러졌다. 리그테이블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업계는 정 대표가 이제는 사업부 책임자를 넘어 증권사 대표를 맡을 예정인 만큼 DCM과 같은 취약 부문의 강화에도 힘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발전 자회사 채권 입찰에서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등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엔 사업부를 책임졌다면 이제 증권사 대표에 오른 만큼 지주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는 위치"라며 "수익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리그테이블이나 증권사 위상과 관련된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 IB 연쇄 파급 불가피, 대격전 예고

NH투자증권이 DCM에 힘을 쏟을 경우 가장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이 DCM 5연패를 달성하며 최강자로 군림해온 사이 NH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힘을 빼왔다. 하지만 공세에 따라 예측불가 판도로 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물론 KB증권이 쉽게 왕좌를 뺏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리그테이블 기여도가 높은 발전 자회사 채권을 비롯 저수익 채권 영업에 NH투자증권이 힘을 쏟으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지주 측 숙원인 ECM 강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KB증권 관계자는 "DCM 경쟁력은 마음먹는다고 바로 치고 올라가거나 성과가 나오는 파트가 아니라 하우스 내부 경쟁력은 물론 고객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해야 한다"며 "점유율 면에서 변동성은 있지만 최상위 하우스 타이틀은 뺏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8조원의 압도적 자기자본을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역시 ROE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의 바탕인 IB 파트에 더욱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DCM 등 NH투자증권의 공세에 밀리게 되면 ROE 개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빅4'의 한 축인 한국투자증권도 영향권 아래 놓이긴 마찬가지다. 발행어음 1호 인가 증권사로 IB 사업에 강력한 주문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격전히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IB 사업 확장을 천명한 삼성증권 역시 NH투자증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IB 관계자는 "대형 IB 간 경쟁은 정영채 신임 사장 영향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취약 부문 강화에 나설 시 다른 증권사에도 연쇄적으로 파급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머지 증권사들 역시 긴장감이 흐르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