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고비때마다 결단…오너의 복심 '티시스' [오너십의 탄생]②지배력+규제 대응 '선봉', 지분 무상증여 '사회요구 부응'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19 08:18:26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티시스'가 있었다. 맏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지배구조가 요동칠 때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강화로 사업 재편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항상 티시스가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 취지에 맞게 내부 일감이 많은 티시스 사업부를 무상 증여하는 카드까지 꺼냈다. 이 전 회장의 의중이 티시스를 통해 실행되는 모습이다.이 전 회장은 2004년 티시스를 설립됐다. 직접 지분 100%를 출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컴퓨터 자료 처리, 정보통신서비스 시스템 운영 사업 등을 맡았다. 2006년 장남인 이현준 씨가 새롭게 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이호진 51%·이현준 49%' 소유 구조가 줄곧 유지됐다.
티시스는 그룹 정보시스템 수직계열화의 중추였다. 각 계열사 전산시스템 운용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완 체계가 중요한 금융계열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자연스럽게 전체 매출에서 그룹사 일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 1540억원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1307억원이 수직계열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갖추면서 티시스는 알짜 계열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전 회장은 돌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티시스를 활용했다. 2003년 그룹 맏형이었던 이식진 전 부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태광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렸다. 이 전 회장이 중심을 잡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티시스가 '오너십 구축' 중책을 맡았다. 티시스는 또 다른 가족회사이자 부동산 유지 관리 계열사인 '티알엠'과 함께 그룹 지주사격인 태광산업 지분을 늘려나갔다. 친인척과 흥국생명보험 등 특수관계자가 나눠갖고 있던 지분을 주로 사들였다. 이렇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매입한 태광산업 지분이 11.2%에 달했다. 이 덕분에 이 전 회장은 직접 보유분을 포함해 26%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13년 들어 공정위 일감 규제가 강화되자 다시금 티시스가 움직였다. 공정위는 그 해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 됐다.
규제 대응을 위해 오너가 소유 계열사간 통합 절차가 이뤄졌다. 그 해 티시스와 티알엠, 골프장 계열사 '동림관광개발'이 합병됐다. 티시스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 모색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드디어 지난해 이 전 부회장과 티시스는 일감 규제 해소를 위한 2단계 절차에 돌입했다. 추가적으로 가족회사들을 끌어 모으는 동시에 계열사 일감이 많은 사업 부분을 따로 떼내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이 거래의 키도 티시스가 쥐었다.
티시스는 먼저 내부 일감이 많은 '사업부문'과 태광산업 지분 등 각종 금융 자산을 보유한 '투자부문'으로 나눠졌다. 티시스 투자부문은 또 다른 가족회사인 '한국도서보급'과 합병 절차를 밟았다. 공정위 규제 타깃인 티시스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무상증여'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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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석 3조를 노릴 수 있는 거래라는 평가다. 우선 재편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이 전 회장은 합병 절차가 완료되더라도 통합사의 최대주주(51.9%)가 된다. 따라서 통합사 소유의 태광산업 지분 11.2% 역시 계속 이 전 회장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공정위 규제 완전 해소라는 실리도 얻어냈다. 이번에 분할된 티시스 사업부문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관리가 주업무다. 그룹 일감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실제 연간 거래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 전 회장은 해당 사업부를 올 상반기 중 무상 증여할 계획이다. 오너 일가와의 지분 관계가 끊어지면 일감 규모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공정위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아울러 가장 강력한 지배구조 개혁안을 택함에 따라 기업 이미지 제고와 일감 규제 해소 모범 사례라는 부수적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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