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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사 진출, 중소형 신탁사 '부실화' [출혈경쟁 내몰린 신탁사③]신탁보수 상승·일감 몰아주기·수분양자 피해 등 부작용 커

이상균 기자공개 2018-03-15 08:24:50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간 1조원 남짓한 시장을 놓고 11개 신탁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신규 신탁사가 추가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출혈 경쟁으로 신탁사가 부실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더벨이 신탁사 추가 설립이 야기할 파장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신규 부동산 신탁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자천타천으로 다양한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대형 금융자본을 거느린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다. 부동산 신탁업계는 대형 금융자본의 진출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고 지적한다. 대출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앞세워 신탁보수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고,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열경쟁으로 중소형 신탁사가 퇴출될 경우 수분양자에게 금전적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마트가 골목시장 침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

현재 부동산 신탁사의 신규 설립이 거론되는 곳은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다. 대부분 대형 금융회사로 10여년 이상 부동산 신탁시장 진출을 눈독 들이고 있는 곳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금융회사의 진출이 금융위원회의 의도대로 일반 소비자에게 이득을 안겨주기 보다는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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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진입은 비차입형 신탁보수를 오히려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보수율은 수년간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연 10bp까지 낮아졌다. 중소형 신탁사 대표는 "시중은행과 증권사는 대출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갑"이라며 "이를 무기로 신탁보수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금융자본이 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를 제시할 것이란 예상도 근거가 없다"며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시중은행은 안정적인 영업에 주력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금융회사들의 신규 진입이 공정경쟁을 저해시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신규 신탁사들은 기존 사업장의 관리 부담이 없기 때문에 단기간 내 무분별한 저가 수주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증권사는 건설자금 대출을 활용하거나 거래 중인 건설사를 통해 수주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 부당지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대형 금융자본이 부동산 신탁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마트가 골목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같다"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하면서 제 살 깎아먹기 경쟁만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4000억원 시장 놓고 '과열경쟁'

대형 금융회사가 부동산 신탁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소형 신탁사들은 사실상 사지에 내몰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규 신탁사는 설립 이후 2~3년간 차입형 토지신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진입 초기 담보신탁 등 비차입형 토지신탁, 대리사무 수주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8~9개 신탁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연간 4000억원대 시장에 경쟁자가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다.

비차입형 토지신탁 시장은 2016년 이후 성장이 멈춘 상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향후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감안하면 비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액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신탁 시장은 100% 국내 시장으로 구성돼 해외진출도 불가능한 구조다.

신탁사 고위 임원은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신탁사의 재무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출혈경쟁과 수주물량 급감은 중소형 신탁사들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들 신탁사의 사업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사업장이 부도날 경우 상가 등 수분양자는 직접적인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 공동주택 수분양자는 원금상환 등 피해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1순위 청약자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상당하다.

중소형 신탁사 대표는 "신규 신탁사 설립은 경쟁촉진을 통한 소비자 편익증대가 아닌 중소형 신탁사 수익성 악화 및 퇴출에 따른 수분양자, 하도급업자 등 이해관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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