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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프 CEO, 홍보수석에서 KBS 사장으로 [KT 지배구조 딜레마]⑤전 정권 출신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 임기 못 마쳐…새 CEO는 공채 통해 내정

김성미 기자공개 2018-03-15 08:08:35

[편집자주]

'KT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KT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회사 모토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기업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KT는 민영기업이지만 국민기업이란 모토처럼 공기업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당연했고 정권이 바뀌면 CEO가 바뀌었다. KT는 내규를 바꿔가며 낙하산 인사를 막고 진짜 민영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가 민관 딜레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CEO를 교체했다. 전임 CEO는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중도 퇴진했다. 전 정권의 코드인사였기 때문이다. 신임 CEO는 공개모집 과정을 거쳤다. KT그룹 계열사가 공모 절차로 사장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CEO 채용 과정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채 과정이 객관적이었는지에 대해선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업의 성격이 사뭇 다른 KBS 출신 인사로 다시 채워졌다.

KT는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급 대기업이다. KT뿐 아니라 자회사까지 따지면 수십개의 낙하산 인사 자리가 있다. 첨단 ICT 산업을 다루고 4차산업혁명과 미래 기술을 다루는 기업 치곤 CEO 선정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사상 첫 CEO 공모 과정을 거쳐 김영국 KBS 방송본부장(57)을 CEO로 내정했다.

KT뿐 아니라 자회사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다. 이남기 전 사장은 임기 3개월을 남기고 갑자기 사임을 표한 것을 두고 무언의 압박이 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설 홍보수석을 지냈던 인물이다. 황창규 KT 회장도 퇴진론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출신 홍보수석은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었다. 조기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 '혼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남기 사장이 이끈 KT스카이라이프는 유료방송시장 포화, IPTV 급성장에도 지난해 매출 6468억 원으로 전년보다 3.5% 성장한 실적을 내놓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위성방송에 롱텀에볼루션(LTE)를 접목한 이동체 서비스 '스카이라이프 LTE TV(SL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텔레비' 등을 출시했다. 위성방송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경영의 연속성 측면에서 이 전 사장의 사임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새로운 CEO를 공채 형식을 통해 뽑았다. KT스카이라이프가 이 같은 절차적 투명성을 만든 것 자체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CEO 공개 모집 작업을 진행하는 이사회 9명 중 6명이 KT 사람이다. 특히 사외이사 중 한명은 KBS 출신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CEO 선임과정이 투명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공채 과정을 통해 선출된 김영국 신임 사장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방송 콘텐츠 전문가임엔 확실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와 성격이 맞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동안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자리에는 KBS 출신이 여럿 있었다. 2008년 3월에도 이몽룡 KBS 부산방송총국 국장이 대표이사로 자리한 바 있다.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구성된 11명의 비상임이사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추천 몫이 있는데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영국 사장은 KBS교양국 국장, 글로벌센터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엔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을 지낸 바 있다.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인물로 ICT 기술이나 방송 서비스완 거리가 좀 있다.

김영국 사장은 정책 관련 업무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인물로, 정부와의 정책 제정, 조율 등에서 힘을 쓸 순 있다. 정부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코드 인사란 한계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가 사장 공모 등으로 변화를 시도한 건 맞지만 KT가 그동안 회장 불명예 퇴진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정부 코드 맞추기 인사에 나서는 것도 있다"며 "KBS 출신을 사장 최종 후보로 선임한 것을 보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매년 600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CEO에겐 연간 4억 5000만원 안팎의 보수가 주어진다. KT스카이라이프 외에 다른 계열사까지 감안하면 낙하산 인사가 낙점될 KT 자회사는 더 많다. KT 자회사들의 인사 시스템도 민영 기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KT스카이라이프 사장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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