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16일 08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 번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풍림산업의 관리인은 이필승 대표이사다. 이 대표가 공동 대표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9년이다. 단독대표가 된 것은 14년만인 2012년이다. 이후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 제도'에 따라 자연스레 관리인으로 선임됐다.DIP제도는 경영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 신청을 꺼려해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경영을 계속 맡는 것이 회생에 더 유리하다는 실용적 관점도 고려됐다. 단 횡령이나 배임, 재산의 은닉 등 부실 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없어야 하는 전제가 따른다.
이 대표도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다 보니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의 90% 가량이 DIP 제도를 적용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채권단의 생각도 이와 같을까. 어떤 회사인지에 따라 의견이 갈리겠지만, 풍림산업에 한정한다면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이 대표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풍림산업은 3차례의 위기에 직면했다. 2009년 워크아웃과 2012년 첫 번째 법정관리, 그리고 지금이다.
이 대표가 재임하던 기간 풍림산업은 몰락의 길을 걸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엄밀히 말하면 풍림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이 대표는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의 DIP제도 아래에선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일부 오너들은 DIP제도를 경영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실제 DIP제도 도입 이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들이 급격히 늘었다. 제도가 기업가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가 여기에 예외가 될 지는 의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풍림산업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매각이 공식화 되기 전까지 이필승 대표는 존속형 회생계획을 통해 회사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으려 힘썼다"고 밝혔다.
DIP제도는 그 취지대로 잘 이행만 된다면 기업이 법정관리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데 효과적인 방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DIP 제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다고 DIP제도에 대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 선임에서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회생가능한 기업이 제 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는 또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회생절차의 취지가 채권단 보호에 있는 만큼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채권단의 의견을 관리인 선임 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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