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19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오는 4월 미국에서의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관세를 피해보려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동국제강의 파격 행보는 지난주 금요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장세욱 부회장은 주총 중간 별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마련해 향후 수출 계획을 발표했다. 긴급 대책회의가 수시로 소집될 만큼 반덤핑 관세로 철강업계가 시끄러운 요즘, 주총 안건과 무관하다는 핑계로 피해갈 법한 사안에 대해 장 부회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날 장 부회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시장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수출선을 꾸준히 다변화했고 그 결과 현재 90여개 국과 교역하고 있다는 점, 동남아나 호주 등에선 상계관세를 영구 면제받는 등의 혜택도 누리고 있다는 점, 우려와 달리 전체 매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4%로 상당히 낮다는 점 등이 발표의 핵심이었다. 미국향 품목을 타 지역으로 돌리는 작업도 이미 마쳤다는 데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동국제강이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의 체질개선 경험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10년대 초만 해도 동국제강은 후판사업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 3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로 후판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012~2014년 38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비중을 80%에서 20%로 낮추는 한편 10여개의 자산을 매각했다. 그 과정에서 9조원에 달했던 자산총액이 6조원으로 줄었지만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견조한 회사로 거듭났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덩치는 줄이고 면역력은 강화했다. 올해 역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 체력을 키워 경쟁 우위를 갖춰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장 부회장의 끝인사에서 책임경영 의지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신년 인사회에서 만난 장 부회장은 재무약정 조기졸업이란 결과물 앞에서도 들뜬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앞으로도 매년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던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까지 1년여가 걸렸다. 상시 대비태세를 갖춘 동국제강이 이번 미국발 통상압박 위기도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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