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IPS, 국산화 1등의 남다른 성과…첫 6000억 고지 [중견 장비업체 분석]②반도체 증착장비·디스플레이 식각장비로 삼성· SK하이닉스 동반성장
이경주 기자공개 2018-04-04 08:15:30
[편집자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 디스플레이업계도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당장 한국 장비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등의 대규모 수주의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 면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 중견 장비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 미래 청사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8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IPS는 반도체장비업계 '국산화 1등 공신'이다. 지난해 국내 장비사 가운데 처음으로 6000억 원 매출 고지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20%에 가깝다. 후발주자지만 독자영역을 구축해 알짜 사업을 하고 있다.중장기 사업전략도 '국산화'에 초점을 맞췄다. 아직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라인 대부분을 외국산 장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다각화가 아닌 외산 대체로 사업 확대를 꾀하는 이유다.
28일 장비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지난해 매출 6309억 원, 영업이익 122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158.5%, 영업이익은 325.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1.8%에서 19.4%로 7.6%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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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장비 1위 답게 '슈퍼싸이클' 수혜도 가장 컸다. 국내 경쟁업체들도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규모에서나 성장률에서 원익IPS에 못 미친다. 테스는 지난해 매출 2758억 원, 영업이익 644억 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54.2%, 영업이익은 74.1% 늘었다. 피케이에스(PKS)는 지난해 매출(2515억 원) 증가율이 79.4%, 영업이익(558억 원) 증가율 153.4%다. 유진테크는 지난해 매출(1188억 원)이 전년 대비 15.8%, 영업이익(314억 원)이 17.1% 줄었다.
◇ 증착공정 5개 스텝 1위…R&D로 외산 대체
원익IPS 사업부문은 크게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반도체부문은 전 공정에 사용되는 증착장비를 주력으로 하며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다. 디스플레이부문은 패널에 회로를 그리는 식각장비(Dry Etcher 등)를 만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고객사다. 매출은 반도체부문에서 70~80%가 발생한다.
반도체는 원재료인 웨이퍼에 집적회로를 입혀 전기적 특성을 지니게하는 전공정과, 가공된 웨이퍼를 잘게 쪼개고 조립, 마킹 등을 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를 그려야 하는 전공정 장비의 난이도가 후공정보다 훨씬 높다. 원익IPS가 후발주자임에도 이익률이 높은 배경은 시장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전공정은 다시 '세정→증착→PR도포→노광→현상→식각→박리' 등 순으로 분류된다. 원익IPS가 장비를 공급하는 증착공정은 세정작업으로 불순물을 제거한 웨이퍼에 얇은 가스막을 입히는 작업이다. 반도체 집적회로는 웨이퍼 위에 수십 층의 층별 회로를 쌓아 완성된다. 가스막은 층과 층사이의 회로가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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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막은 두께가 분자 또는 원자 단위의 박막(1마이크로미터 이하)이다. 두께가 워낙 얇기 때문에 웨이퍼 위에 균일하게 박막을 형성할 수 있느냐가 기술력 차이를 결정한다. 가스막 증착에 따라 완제품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핵심 공정으로 분류된다. 증착공정은 입혀야 하는 가스가 수십 종이기 때문에 수십 단계(스텝)에 걸쳐 반복된다.
원익IPS는 증착공정 스텝 중 5개 스텝용 장비를 취급한다. 5개 스텝용 증착장비 점유율은 30~40%로 1위다. 매출 1위 품목은 화학기상증착장비(chemical vapor deposition, CVD)다. 최근엔 원자 단위 초박막 구현이 가능한 원자층증착장비(Atomic Layer Deposition)가 고객사의 미세공정화 작업으로 성장세에 있다. 원익IPS는 반도체 전공정 중에서도 증착공정, 증착공정 중에서도 일부 스텝 장비에 불과하지만 외산을 확실히 앞선 영역이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국산화는 끊임없는 R&D(연구개발)의 결과물이다. 원익IPS는 지난해 매출의 9.4%인 596억 원을 연구개발에 지출했다. 지난해 취득한 유형자산(1620억)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도 연구개발설비였다. 연구개발인력도 전체 직원 수(약 640명)의 절반이 넘는다.
◇ 미래 동력도 '국산화'…여전히 외산 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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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망도 밝다. 삼성전자가 최근 착공을 시작한 경기도 화성 EUV 라인과 평택 2공장, 중국 시안 2공장에 대한 장비발주가 예상된다. 원익IPS 디스플레이 부문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는 신공장 A5(가칭) 장비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수혜가 기대된다.
원익IPS는 중장기 전략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보단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국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인데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여전히 개척해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원익IPS 경쟁사는 글로벌 1위 장비사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램리서치(Lam Research), 일본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 네덜란드 ASML(ASM International) 등이다. 테스 등 국내 사업자들과는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5조 원에 영업이익이 3조9000억 원(영업이익률 26%)에 이른다. 같은 기간 램리서치 매출은 10조 원, 영업이익은 2조6000억 원(영업이익률 27%)다. 원익IPS가 국산화에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수십조 원 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익IPS의 국산화 노력은 여러모로 국내 산업에 긍정적"이라며 "외산을 대체해 국부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다, 삼성전자도 보다 저렴한 국산을 사용해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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