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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식품, 물 건너간 IPO…영구채 전략도 꼬였다 [영구채 콜옵션 만기 폭탄]RCPS·신종자본증권, 상장 고려해 발행…동시 만기, 대응법 고심

이길용 기자공개 2018-03-30 17:19:39

[편집자주]

2013년과 2015년, 국내 대기업들은 재무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았지만, '콜옵션'에 붙은 스텝업 조항은 경제적 실질을 '부채'로 돌려놓았다. 2018년 콜옵션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환이나 차환이 불가피하지만,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영구채 상환 부담에 휩싸인 기업의 대처법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5년 부채비율이 급등하며 위기에 몰렸던 풀무원식품은 지주사인 풀무원의 지원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당시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으로 자본을 확충하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아온 해외 사업 부문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IPO라는 반전 카드를 잃은 풀무원식품은 영구채와 RCPS 상환 시점이 올해 말에 겹쳐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채의 경우 자본시장 평판 하락을 우려해 상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5년 7월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482억원을 유상소각 방식으로 풀무원식품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2011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투자했던 어피너티는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지만 풀무원식품의 재무부담은 가중됐다. 감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170%에서 260%까지 치솟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풀무원식품은 지주사인 풀무원을 통해 7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후 연말까지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려 했지만 상환전환우선주(RCPS) 500억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당시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가 RCPS에 투자했다.

자본확충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풀무원식품은 그해 12월 1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발행 3년 후 풀무원식품이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금리는 6%이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스텝업(Step-Up) 금리는 200bp가 적용된다. 그 뒤 1년마다 50bp씩 추가로 이자가 붙는다.

지주회사의 도움과 자본확충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풀무원식품은 올해 말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영구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어피너티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을 때 풀무원식품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기업가치를 올린 후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진출한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공개는 사실상 무산됐다.

풀무원 미국 법인 적자 추이

2013년 흩어져 있던 미국 법인을 합치면서 풀무원식품은 풀무원미국(Pulmuone U.S.A Inc.)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도 1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말 지주사인 풀무원으로부터 연간 1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알짜 식자재유통전문업체인 푸드머스를 양수받는 등 지주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미국 법인의 적자를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2015년 초 풀무원식품은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준비했다. 하지만 해외 법인 적자가 지속되면서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달성할 수 없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이 205억원에 달하지만 미국 법인의 흑자전환 없이는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눈높이를 낮춰 IPO를 추진하지 않는 한 풀무원식품은 올해 말 영구채와 RCPS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당시 발행했던 RCPS는 3년 후인 올해 12월 29일 우선주 50%에 대한 풀무원식품이 상환 권리를 갖는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은 곧바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달 15일에는 영구채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지주사 풀무원은 RCPS에 대한 동반매도참여권(Tag-along Right)와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등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권리를 부여해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상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구채의 스텝업이 200bp로 높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평판이 악화돼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부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인 풀무원이 어피너티 엑시트의 절반 정도만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풀무원식품 자체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했다"며 "미국 법인의 대규모 적자가 지속된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밸류에이션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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